기사입력 2016-12-02 01:09:33
기사수정 2016-12-02 01:09:33
매버릭(Maverick·이단아) 정치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2008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대표 주자이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해빙 무드에 대해 “용납 못한다.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어깃장을 놓았다.
트럼프 당선자도 오십보백보이다. “멕시코 이민자는 강간범”이라고 하는 등 선거 내내 막말이 홍수를 이루었다. 공화당 원로 정치인들은 혀를 찼다. 그런데 당선됐다. 그는 아웃사이더에 더 가깝다. 당적을 여러 차례 옮겼다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공화당을 ‘접수’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단아다. 필리핀 제2의 도시 다바오 시장을 지내다 대선에 뛰어들었다. 경찰관들에게 “돈이 급하면 마약 팔지 말고 내게 오라”고 한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약 5000명의 마약 용의자를 사살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이 몰려있는 한 마을에는 포격과 폭격을 퍼부었다. 국제인권단체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도 이단아 정치인이 등장할 조짐이다. 초등교 졸업 뒤 공장 일터에 뛰어들었던 ‘무수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얼마 전까지 지지율 2%를 밑돌던 그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제치고 문재인 의원 다음 2위에 올라섰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눈치볼 때 ‘대통령 하야’를 가장 먼저 외쳤다. 1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제일 먼저 성남 거주 환자 정보를 공개해버렸다. 엄청 욕먹었다. 청년실업수당 정책도 그가 원조이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가 묻어나는 그의 페이스북 글은 선동적이다.
이단아 정치인이 부각되는 현상은 기존 정치인들이 만든 자업자득이다. 이단아들은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기가 막히게 긁어준다. 당선된 뒤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하지만.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에 내몰리면서 기성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팔릴 만큼 팔린 정치 지도자들로는 성이 차지 않은 유권자들이 ‘신상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 바람이 일으키는 물결을 누가 탈지 주목된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