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2-03 19:26:06
기사수정 2016-12-03 20:51:18
'한국식 민주집회'를 찾은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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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40년 전에 한국에 처음 왔어요. 집회를 보러 한국에 왔습니다.”
3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미국인 패트릭 보더(68)씨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걱정을 내비쳤다. 40년 전 군산의 한 비행장에서 근무하면서 처음 한국을 알게 됐다는 그는 ‘박정희’란 이름을 한국어로 또렷이 말하며 “박정희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딸 때문에 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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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미국인 패트릭 보더(68)씨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
전날 하와이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그는 누군가 쥐어준 ‘박근혜 퇴진’이란 피켓을 한 손에 쥔 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보더씨는 과거 북한에도 2차례 가본 적이 있다면서 “한국이란 나라를 좋아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일 벌어지는 집회에 대해서는 “놀랍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평화집회가 매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화문 광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고 있는 ‘한국식 민주집회’를 높게 평가했다. 현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이색적이면서도 평화롭고 끈끈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집회=폭력사태’란 공식에서 벗어난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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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을 찾은 제리카 오렐리아노(23·여)와 이본 하이에르(29·여)는 집회를 보며 “한국의 시위는 안전하고 조직적이며 끈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
1일 필리핀에서 한국에 왔다는 제리카 오렐리아노(23·여)씨와 이본 하이에르(29·여)씨도 한국의 집회문화를 두고 “안전하고(safe) 조직적이며(organized) 끈끈하다(sticky)”고 평가했다. 오렐리아노씨는 “온라인과 뉴스를 통해 매주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서울로 여행을 왔다”면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진심으로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집회문화와 비교해달란 질문에는 “대규모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집회는) 대단히 안전해보인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잘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6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촛불집회는 외신에서도 계속해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달 12일 민중총궐기와 함께 진행된 촛불집회에서부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190만명(경찰추산 33만여명)이 모인 5차 촛불집회까지 연일 비중있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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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네티즌이 올린 ‘한국 반박(반 박근혜)시위 때문에 여행이 무섭다고? 무서워 마세요 저와 함께 직접 둘러봅시다’란 포스팅. |
한국 여행을 앞두고 촛불집회 양상을 궁금해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중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서울)에 가려고 하는데 집회가 안전하냐”, “집회가 어떠냐”는 질문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한국의 반(反) 박근혜 시위 때문에 여행이 무섭다고? 무서워 마세요 저와 함께 직접 둘러봅시다’라며 한국의 집회를 소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의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Reddit)에 올라온 ‘5주 연속 한국 대통령을 규탄한 시민 수십만명이 모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도 2000여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관심이 뜨겁다. 유튜브에 소개된 ‘1분 소등’ 등 집회 영상에도 외국 네티즌의 코멘트가 연달아 달리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 야마다 호(23)씨는 “직접 집회에 가보진 않았지만 TV와 인터넷을 통해 접한 한국의 집회 문화가 놀랍다”며 “SNS로 한국의 분위기를 묻는 일본 친구들도 있다. 집회라면 어두운 느낌을 갖고 있었지만 한 번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