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촛불집회] "내 나라, 내 조국 위해 횃불을 들었습니다"

 

"가만히 집에서 있는 사람은 여당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그동안 2살 배기 아이를 돌보느라 나오지 못했는데, 처가에 아이를 맡기고 오늘은 이렇게 촛불집회 현장으로 나왔습니다."

"지난달에 수능 시험을 보고 온 고3 수험생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헌법의 기본 원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한 게 맞고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60~70대인 우리 노년층들이 박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게 아닌가 합니다. 취업난으로 고생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훗날 손주들에겐 이런 나라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그저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으로 40년간 살아왔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를 떠나 이번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를 보니 박 대통령의 과오가 너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탄핵은 쉽지 않을 것 같아 너무도 답답해 촛불집회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이처럼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주말 '6차 촛불집회'가 또다시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일 오후 8시30분까지 서울에 160만명, 전국적으로는 212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 추산은 당일 현장을 도중에 빠져나간 사람까지 포함한 연인원(누적인원)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10분 기준으로 서울에만 32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누적인원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운집한 최다 인원을 집계한다는 점에서 주최 측과는 추산 방식이 다르다.

서울에 모인 인원은 경찰 추산으로도 역대 최다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오후 8시10분 기준 서울 외 지역에서는 67곳에 순간 최다인원 10만4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참가 규모는 전국에서 주최 측 추산 190만명, 경찰 추산 33만여명이 모인 5차 주말 촛불집회 기록을 넘어섰다.

촛불을 넘어 횃불을 들 정도로 분노한 민심은 이제 광화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중소도시인 강원도 춘천에서도 오늘 3번째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강원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5년 전 평창 올림픽 유치 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이 모였다. 주최 측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서울·부산·광주 등 주요 대도시와 비교할 순 없지만 강원도에서는 역대 최대 인파다.

특히 춘천은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친박계 김진태 의원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는 김 의원의 발언 때문이다.

탄핵 정국의 분수령이 될 집회지만, 평화로운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3번째 담화가 나왔고 정치권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과 민심은 꺼지지도 변하지도 않고 있다.

정치권이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 '선진 국민'들은 해내고 있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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