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2-04 22:08:44
기사수정 2016-12-05 09:06:05
성난 민심에 전격 표결참여 선회
역대 최대 규모의 성난 촛불민심에 화들짝 놀란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4일 탄핵열차에 탑승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 발표 이후 탄핵과 ‘명예로운 퇴진’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던 비박계가 결국 탄핵소추안 처리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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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대표(왼쪽 두 번째) 등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와 총회를 잇따라 열고 야당이 발의한 탄핵안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4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가 이어질 만큼 격론이 오갔다. 이들은 여야 간 협상이 불발되면,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 발표 여부와 관계없이 야당이 정한 스케줄대로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기로 했다. 공동 대표인 김무성 전 대표도 “대변인 발표대로 이해해 달라”며 ‘4월말 퇴진·6월말 대선'이라는 자신의 제안이 여야 합의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탄핵 표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아예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9일 탄핵안 표결은 사실상 피할 수 없게 됐다. 탄핵안 가결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박계가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당초 청와대를 정조준했던 촛불집회가 지난 주말 여의도까지 번지며 동력을 대폭 확장한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청와대와 야권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며 정치적 입지도 크게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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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파도타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로 파도타기를 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비상시국위는 앞서 협상 마지노선(7일 오후 6시)을 제시해두긴 했지만, 박 대통령의 추가 입장 표명과 야당의 입장 변화를 마냥 기다리는 것 외에 별 다른 카드가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박 대통령이 추가로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내용에 대한 해석과 진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야당이 탄핵안 표결 강행 방침을 번복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비상시국회의에 앞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도 이날 국회 회동 후 “국회가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것은 유일하게 탄핵뿐”이라고 비박계를 압박했다.
비상시국위는 향후 청와대로부터 대통령 면담 제의가 와도 거절하기로 했다. 대통령과 면담에 나서도 박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할 주제가 극히 제한적인 데다 자칫 탄핵안 표결을 앞둔 시점에 청와대와 교감을 나누는 자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실상 탄핵안 표결로 가는 걸림돌이 모두 제거된 만큼 정치권 관심사는 탄핵안 가결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시국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에서 “의원들의 찬반 여부는 헌법기관으로서 개인의 매우 중요한 권한이기 때문에 꼭 찬성한다고 표현하기는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탄액안이 가결되면 비박계가 친박(친박근혜)계와 완전히 결별하고 분당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가 새누리당의 혁신과 계파 청산을 외치며 탈당대열에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비박계 내부에서는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기로 한 이상, 부결되면 적잖은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탄핵을 주도해 성사시킨 만큼 탄핵 결과에 따른 책임론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비박계는 여론의 뭇매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와 친박계 일각에서도 탄핵안 표결을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과거 사례보다 사안이 복잡한 만큼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려 사실상 내년 예정된 대통령 퇴진과 대선 시점에는 별 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