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국회의원"…"깨어나라! 대한민국"

 

'최순실 게이트'로 정권의 명운을 가를 하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9일 침묵 속에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표결되는 탄핵안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야당과 무소속 등 17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다고 가정할 경우 새누리당 의원 중 28명의 동참만 있어도 탄핵안은 가결된다.

탄핵안 가결시에는 국회로부터 국회의장 명의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청와대가 전달받는 시점부터 대통령의 권한행사와 직무는 최장 6개월이 걸리는 헌법재판소(헌재) 심판이 있을 때까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하루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국회의 탄핵 표결 상황을 관저에서 TV로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이날 오전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탄핵안 가결·부결에 따른 대응 방안을 시나리오별로 점검했다.

◆박 대통령, 탄핵 표결 상황 관저에서 TV로 지켜볼 것으로 알려져

박 대통령은 전날에서도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을 찾아 참모진과 회의를 갖고 탄핵 표결 이후 상황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번 탄핵안과 관련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국회의 탄핵안 표결 이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촛불 민심' 등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선다면 역풍이 불 수도 있는 만큼 청와대가 대신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국민 앞에 다시 사과하고, 헌재 심판을 통해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가결 시 헌재 심판 통해 무고함 밝힐 듯

실제 지난 7일 청와대는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되더라도 박 대통령의 하야·퇴진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은 상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변호인단과 함께 특검과 헌재 심의에서 벌어질 법리공방 준비에 이른바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이 요구했던 '내년 4월 퇴진' 수용 의지를 육성으로 국민들 앞에 밝힐 가능성도 있다.

◆부결될 경우 '내년 4월 퇴진' 수용 의사 피력할 전망

만약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대통령 권한 대행이 박 대통령에게 주요 국정사안에 대해 보고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을 경우 헌재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법적으로 박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만큼 황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총리실은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보고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라인으로 직무정지 상태에 있는 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가는 더 큰 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

◆가결 시 대통령 권한 대행,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보고하나?

그러나 황 총리가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아무런 상황도 알리지 않은 채 단독으로 업무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식적인 보고의 형태는 아니라고 해도 외교·안보 사안이나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에게 알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만약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기각되고, 박 대통령이 국정에 복귀하는 경우 국정의 연속성이 끊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무적인 성격이 강한 대통령 비서실장보다는 정책적인 색채가 강한 대통령 정책수석 비서관 등이 '비공식적인 채널'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에게 국정의 주요 상황을 알리도록 했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황은 보고가 아닌 '친전'의 형태로 노 전 대통령에게 매일 알리도록 했다.

고 전 총리는 또 북한 용천역 폭발 사고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결정할 때를 포함해 총 세차례 노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주요현안에 관해 설명했다.

당시에도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장보다는 정책실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업무 상황을 알리도록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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