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2-10 00:59:05
기사수정 2016-12-10 00:59:43
민주당 국회·정부 협의체 제안
관리내각 구성부터 시작해야
즉각 퇴진 운동은 혼란 부채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어제 가결되면서 비상시국을 관리해야 하는 국회의 역할과 책임이 커졌다. 헌법재판소 탄핵심리가 진행될 몇달 동안 행정부의 정상적 기능이 어려운 만큼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건 입법부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는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회 다수권력인 거야가 당과 지지자보다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라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필요하다. 야 3당은 12일부터 한 달간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회와 정부가 국정, 민생 안정을 위해 공동협력하는 틀을 마련하겠다”며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비슷한 방안을 제시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모두가 제 할일을 하면서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여야정은 머리를 맞대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관리형 내각을 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사람이 동시에 강조한 경제부총리 임명이 급선무다. 여야정이 제대로 돌아가야 탄핵 열기에 휩싸였던 국민들도 냉정을 찾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일부 과격 시민단체의 구호에 휩쓸리면 평화집회 기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대통령 즉각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강공 노선을 접지 않아 우려스럽다. 문재인 전 대표가 불씨를 댕긴 ‘즉각 퇴진론’은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당리당략적으로 비친다. 대선을 이른 시기에 치르면 지지율 1위인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어제 “박 대통령은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과 국회의 뜻을 받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각 퇴진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던 추 대표는 “황교안 대행체제가 재벌·검찰·민생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는지 지켜보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추 대표가 벌써부터 “국정교과서 강행, 위안부 협정 같은 실정에 대해 즉각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말한 건 압박으로 들린다. 여차하면 황 대행체제를 비토하겠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권력을 잡은 듯한 오만한 인상이다.
민주당은 오늘 촛불집회에 참여해 즉각 퇴진 공세를 벌일 방침이다. 제1야당이 국정 안정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촛불민심’에 기댄 거리 투쟁을 계속한다면 정국 불안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탄핵 후에도 정국 주도권과 대선을 겨냥한 선명성 놀음에 골몰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야당이 앞장서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