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탄핵 원천 무효' 보수단체 100만명 집결의 진실은…

“총 100만명의 애국시민이 모였습니다. 경찰 추산은 40만명입니다.”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보수단체 관계자가 이같이 발표했다. 집회장 인근에서 대기하던 경찰에게 문의하자 황급히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집회 주최측 관계자에게 집회 인원 추산 방식 및 경위에 대해 다시 묻자 “집행부에서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며 “누가 지시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대학로에 운집한 보수단체 집회 인원은 경찰 추산 4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종로구 청계광장 옆에서 시작된 보수단체들의 집회에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구미희망포럼, 무궁화회 등 50여 보수단체가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탓인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진행된 보수단체 집회 중 최다 인원이 모였다.

이날 보수단체의 집회에서도 그간 촛불집회처럼 인원 집계를 놓고 논란이 분분했다. 앞서 청계광장 인근 동아일보사 앞에서 진행된 1차 집회에서도 주최 측은 집회 인원을 20만∼4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구역 관할인 종로경찰서에서는 1만5000명으로 집계했다.

경찰은 이날 보수단체의 집회에 대해 추산 인원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그간 6차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촛불집회 당시 집계한 인원이 주최 측과 차이가 커 논란이 불거진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근 “경찰의 집회 인원 추산 목적은 동원부대 규모를 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 시점의 최대 인원을 대상으로 한다”며 “경찰의 인원 추산방식이 과학적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집회가 시작해 마무리될 때까지 연인원을 집계하는 주최 측과는 방식과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당신들의 순수한 촛불 시위에 국민의 뜻이라는 미명하에 무임승차해 정권 쟁취의 야욕을 드러낸 야권의 실체가 보이지 않느냐”며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재차 촉구했다.
대학로 집회 후반에는 대통령 방미 중 성추문 파문을 일으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등장해 참가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탄핵은 원천 무효”라며 “여기에 모인 애국시민과 재외동포들이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는 일몰 전 해산했으나 일부 박사모 회원 50여명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이 진행된 경복궁역 인근 자하문로에 등장해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급히 출동한 경찰이 차단한 덕분에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김준영·배민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