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2-11 18:59:03
기사수정 2016-12-11 21:09:16
증거 사실관계 자체적 확정 가능/엄격한 심리 땐 국정공백 연장/국회·법원 등 이해관계 모두 달라/셈법 복잡… 특검·검찰 협조 필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본격화되면 형사소송법 적용 범위 확정과 증거조사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쟁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 결정 시기와 관련된 것이어서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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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재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형사소송법 적용 범위 두고 논란 일 듯
11일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심판에선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증거조사를 위해 당사자와 증인신문, 증거자료의 제출·보관, 사실조회 등을 할 수 있다. 국회가 박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면서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 헌재가 관련 증거를 자체적으로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을 준용토록 한 규정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헌재가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엄격하게 심리할수록 심리기간이 길어지고 국정공백은 연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때와 달리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변수다. 특검 수사나 법원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헌재가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조사를 하고 결정문에 관련 내용을 넣으면 헌재가 형법적 단죄를 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자칫 헌재가 탄핵심판을 빌미로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 4심 기능을 하려 한다는 반발을 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헌재의 입장은 “탄핵심판 절차는 형사재판 및 징계 절차와 다른 고유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헌법재판 절차”이며 “(1차적으론 형사소송법 원리를 따르되) 상이한 여러 절차적 요소들을 적절히 배분하고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용의 묘를 살려가며 형사소송 법리 외에 징계절차 등 다른 요소를 배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회와 변호인단 사이에 심판절차를 두고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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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11일 헌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공개변론에서 증거조사가 여론의 불씨
헌재의 탄핵심판은 공개변론과 구두변론이 원칙이다. 특검과 검찰에서 확보한 박 대통령 관련 자료가 헌재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변론과정에서 최순실(60·구속기소)의 국정농단 녹취록의 구체적 내용이 나오면 만만찮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농단 관련 인물들이 헌재에서 증언하게 되면 또 다른 충격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는 박 대통령도 포함돼있다. 다만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할 조항이 없어 노 전 대통령처럼 출석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결국 헌재 탄핵심판 절차는 소송법리와 증거조사를 감안하면 특검과 검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절차를 두고 시간을 끌려면 얼마든지 끌 수가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와 특검, 검찰, 법원, 헌재의 이해관계가 모두 달라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