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인정안했던 3차담화 결정적이었다

20∼40대 70% "즉각 사퇴"… 60대 36% "헌재 결정 따라야" 세계일보와 시대정신연구소가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게 됐음에도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성난 민심을 더욱 자극한 결정적인 계기는 박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 내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채 “임기 단축·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제안한 것이 탄핵을 지연시키려는 꼼수로 비쳐졌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세번째 대국민담화를 마치고 나간 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60세이상·TK 제외 모든 연령·지역 ‘즉각 사퇴’


박 대통령이 탄핵 심판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20,30,40대에선 즉각 사퇴란 응답이 70%대였고 50대에선 즉각 사퇴란 응답이 55.5%였다. 이들 세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직무유기 등으로 인해 박 대통령이 더 이상 국정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60세 이상에선 즉각 사퇴란 응답이 36.3%에 그친 반면 헌재 심판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응답이 57.1%에 달했다.
한숨만… 2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서울과 경기·인천에선 나란히 응답자의 61.8%가, 광주·전라에선 76.8%가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자진 사퇴 의견은 부산·울산·경남에서 55.1%, 대전·충청·세종에서 59%, 강원·제주에서 60.1%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에선 즉각 사퇴 응답이 39.5%로, 헌재 심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56.4%)보다 적었다.

박 대통령 거취에 대한 여야 지지층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헌재 심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77.5%로, 즉각 사퇴란 의견(17.1%)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83.3%, 국민의당 지지층 75.4%, 정의당 79.9%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연령·지역·지지층별 개헌 시기 입장차 뚜렷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시기에 대해 연령·지역·지지층별로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50대에선 ‘대선 전 개헌’ 응답이 45.5%로, ‘대선 이후 개헌’(34.2%)보다 많았다. 다른 연령에선 대선 이후 개헌을 선호했다.

광주·전라에선 대선 전 개헌(44.3%) 의견이 대선 후 개헌(35.4%)보다 많았고, 강원·제주에서도 대선 전 개헌(46.4%) 응답이 대선 후 개헌(31.4%)을 웃돌았다. 경기·인천에선 두 시기에 대한 응답이 39.9%로 같았다. 하지만 서울과 대전·충청·세종에선 대선 후 개헌이 대선 전 개헌보다 많았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지지층은 대선 후 개헌을, 국민의당 지지층은 대선 전 개헌을 선호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거취에 대한 의견도 연령·지역·지지층별로 달랐다. 20·30·40대에선 자진 사퇴를, 50대와 60세 이상에선 직무 수행을 지지했다. 여당 지지층에선 직무 수행이, 야당 지지층에선 자진 사퇴가 많았다. 정당 지지도에선 탄핵 정국의 반사이익을 얻은 민주당이 33.3%로, 분당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19.7%)을 여유있게 앞섰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10.6%와 6.1%였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