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전 대표, 집권하면 안보정책 다 뒤집겠다는 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제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돼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는 상황에서 사드를 강행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사드 재검토가 한·미동맹을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을 안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가 언급한 사드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남·북한의 비대칭 전력 구도와 북의 호전적 성향에 기인하는 안보 불안 속에서 북의 도발을 억제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사회 안전을 지키는 방어수단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류와는 관계가 없다. 중국 간섭과 압력에 지레 움츠러들 계제도 아니다. 한·미 양국의 실무 협력은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 양국은 어제 한·미·일 3국 안보회의에 앞서 열린 양자회담에서 사드 배치의 신속 추진을 다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런 문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도 “이 협정을 통해 주고받는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표 안보정책을 다 뒤집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탄핵 기류는 사드, 군사정보 같은 안보정책 때문이 아니라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란 점도 안중에 없는 눈치다.

사드는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최첨단 전략자산이다. 적이 관련 입지와 시설 내용을 샅샅이 알게 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이런 전략자산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정부는 지구상에 없다. 문 전 대표가 속한 민주당은 정부가 사드 정보를 공개하는 실책을 저지르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탄핵 국면이란 호기를 맞은 근래의 민주당은 한 술 더 뜬다. 사드 정책 폐기로 해석될 언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그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어제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더민주는 지지율 40%로 정당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2012년 대선 직전 민주통합당 시절에 기록한 37% 지지율도 넘어섰다. 당내 최대 유력주자인 문 전 대표는 청와대 문지방을 넘어선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민심은 유동적이고 안보에 민감하다. 문 전 대표는 질 수 없는 선거라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집권하면 안보정책을 다 뒤집겠다는 발상으론 십리도 못 가 발병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