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2-17 16:20:00
기사수정 2016-12-17 16:31:38
민심이 담긴 엽서가 헌법재판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가면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한뜻을 모아 조속한 탄핵 인용 결정을 촉구하는 엽서를 헌법재판관들에게 부쳤다.
17일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기에 앞서 서울 광화문광장 북단에서는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헌재 재판관에 국민엽서 보내기 운동이 열렸다. 시민들은 노란색 엽서에 이름과 주소, 헌재에 당부하는 말 등을 적어 노란색 우체통에 넣었다. 이 엽서들은 취합돼 헌법재판소에 보내질 예정이다.
충남 서산에서 온 송기효(52)씨는 격앙된 어조로 “박 대통령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을 배반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참여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주말에 쉬는 직업이 아니지만 이번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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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초등학교 학생 정찬영(7)군이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민 엽서 보내기 운동에 참가해 엽서를 쓴 뒤 미소 짓고 있다. 안승진 기자 |
광명에서 온 현일초등학교 학생 정찬영(7)군도 앳된 손으로 엽서를 남겼다. 추운 날씨에 목도리를 겹겹이 둘러 맨 정군은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씨를 써냈다. 정군은 “아빠, 할아버지와 함께 왔다. 엄마는 차 안에서 쉬고 있다. 박근혜는 퇴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정상범(39)씨는 “가족 전체가 집회 현장에 왔다. 아이들에게도 역사적인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상상했던 것보다 현장이 웅장하다. 박근혜가 빨리 퇴진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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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고 학생 안보미(18·왼쪽)양이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민 엽서 보내기 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안승진 기자 |
고교생들도 학업을 제쳐두고 행사에 참여했다. 서울외고 학생 안보미(18)양은 “방송을 보면 진실 규명을 기다리는 사람, 진실을 안 밝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시위 현장 분위기를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답답하다”며 “힘이 될 수 있다면 시위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 촛불의 불빛이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은 죄가 없다며 끝까지 버티겠다고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조속히 퇴진될 수 있도록 9명의 헌법 재판관에게 엽서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안병수·안승진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