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기문, 대선 출마 앞두고 '작심 발언'

'탄핵 사태' 한국 전쟁 이후 최대 혼란으로 규정… 박근혜 정부의 지도력 부재 비판
올해 말 퇴임한 뒤 한국 대선전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정치적 혼란 상황으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의 지도력 부재를 비판했다. 

반 총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반기문 총장과의 대화’에서 연설한 뒤 참석자들과 일문일답을 통해 박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해 “한국인이 ‘좋은 통치’(good governance)의 완벽한 결핍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이며 국가에 대한 신뢰와 지도력을 배반당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어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달초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회견에서 ‘좋은 통치’의 결핍 문제를 거론했으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신뢰와 지도력 문제를 제기해 박 대통령 정부를 겨냥했다. CFR은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반 총장의 연설 비디오와 발언록을 공개했다.

반 총장은 “이것은 내게도 매우 놀라운 일이고, 현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내가 한국 국민으로 70평생을 살아오면서 한국 전쟁을 제외하고, 한국인이 겪어보지 못한 정치 혼란”이라고 현 상황을 ‘한국 전쟁 이후 최대 정치 혼란 사태’로 규정했다. 반 총장은 “그녀(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에 시해됐고, 그 당시에도 한국인이 혼란스런 과정을 거쳐야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매우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경제적으로 유복한 사회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은 “한국인이 복원력이 빠르며 민주적인 제도를 존중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혼란, 일시적인 혼란을 겪고 나서 이른 시일 내에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 등 한국의 지도자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그것은 개인이나 조직의 이익에 앞서 공공선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묻는 질문에 “현재 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면서 “내가 내년 1월 1일 자유인으로, 한국 시민으로 돌아가면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니 내년 1월 1일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유엔 출입기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나는 한국 국민이 현재의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는 한국민이 만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로 한국민이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잃고 싶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라의 미래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저녁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열린 유엔 출입기자단(UNCA) 송년 만찬에서는 반 총장의 퇴임 후 일상을 그린 코믹한 동영상이 상영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