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2-19 00:51:28
기사수정 2016-12-19 00:51:28
조기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고민이 18일 깊어지고 있다. 당과 본인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데다 제 3지대를 본인 중심으로 재편할 만한 동력도 마땅치 않아서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 안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새정치’ 이미지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돌풍’으로 지지율 제자리걸음…‘대선 전 개헌’ 반대
지난 9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8%로 4위였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관위 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이른바 ‘이재명 돌풍’에 밀려 3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당장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짧은 시간 안에 흐름을 바꿀 계기가 마땅치 않다.
안 전 대표를 제외한 제3지대에선 개헌 이슈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등이 국민의당 외부에서 대선 전 개헌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당 내에서도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이들과 보조를 맞춘다. 손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참석한 지난 13일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 행사에서 “제 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 곳에 묶는 일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작 안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대선 전이라도 국회 개헌 특위가 가동되는 만큼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며 뉘앙스를 조정하는 듯 했지만, 대선 주자들이 공약을 통해 개헌 비전을 제시하고 차기 정권에서 그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바꾸라는 안팎의 압박이 상당하지만, ‘국민과의 약속’, ‘신뢰’를 자주 언급하는 그로선 입장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안 전 대표는 “새누리당과의 연대는 없다”며 개헌을 고리로 한 여권과의 연대설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새정치’ 되찾을 수 있을까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던 참신함,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갈구가 현재 이 시장에게 넘어가 있다”며 우려했다. 이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은 안 전 대표가 지금이라도 기득권과 단호하게 선을 긋고 새 정치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살 길이 열린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호남 세력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3당의 영역을 확보한 현재의 안 전 대표로서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구정치 이미지가 강한 박지원 원내대표와 전략적 동거 상태를 유지하면서 새정치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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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우)과 안철수 의원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제원기자 |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내년 1월 중순 전당대회에서 안 전 대표가 지지하는 후보를 내세워 새정치 이미지를 회복하고, 기득권과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박 원내대표가 지난 6개월 당을 장악하며 견고한 세력을 구축한데다, 안 전 대표를 대신해 새정치의 깃발을 들 만한 기수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안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을 당시 비서실장을 맡으며 인연이 된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이 이날 당권 도전을 선언했지만, 원외인사인데다 조직과 장악력에서 다른 당권주자인 박 원내대표, 정동영 의원에 맞서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탄핵 정국에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져 전대의 컨벤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