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리더에게 듣는다] 이재명 "문재인 대세론 사라져… 지금 대중은 머슴형 리더십 요구"

이재명 성남시장 인터뷰

이재명 성남시장은 19일 경기도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할 생각이 없었는데, 박근혜 대통령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 정국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권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퇴진·탄핵·구속을 제일 먼저 얘기했다”며 “정치권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으나 결국 다 따라오더라. 나를 따라온 것이 아니라 대중의 뜻에 끌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촛불 정국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급등한 것과 관련해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현재는 나 같은 유형의 리더십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촛불 국면에서 유수한 정치인이 얘기를 했지만 그중에서도 자기 이익을 챙기지 않고 대중이 바라는 바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선명하게 대변하고 함께 행동하는 사람이 나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시장은 “정치 형태가 과거와 바뀌었다. 지금 정치는 대중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열망과 욕구를 충직하게 대신 집행해 주는 머슴이다. 국민을 지도하는 게 아니라 서포트(support)하는 것이다”며 “리더십도 이끌어가는 형이 아니라 서번트(servant)형 리더십을 대중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9일 경기도 성남시장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개헌을 할 때가 아니다”며 “새누리당 탈당 인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어 다음 정권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그는 “대통령이 되면 북한과 미국에 먼저 갈지를 놓고 고민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나라 안보의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 한·미동맹인데 당연히 미국부터 가야 한다”고 말해 북한을 먼저 가겠다는 문재인 전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6년간 공장 등을 전전하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한 그는 자신이 살았던 참혹한 삶, 주변의 어려운 삶이 개인의 무능과 게으름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것이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대통령 출마 준비를 했었나.

 

“대통령 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성남시장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을 맞게 됐다. 시민운동을 하며 공공의료 설립 대표를 맡아 시립의료원 설립을 추진했었는데 의회에서 날치기로 부결된 후 시장을 해야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뭘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기초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 나도 장난하는 줄 알았다. 작년 4월 모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1% 지지율이 나왔을 때 웃었다. 안 믿었다. 우리나라는 경력, 외관, 형식을 중시하는 사회다. 기껏해야 지방 기초단체장이고 변호사에 지역 시민운동 경력이 전부다. ‘이러다 말겠지’라고 했는데 4%까지 올라갔다가 어느 날 2%로 떨어져 그 상태가 유지됐다. 2%면 100만명이다. 나중에 보니까 적은 게 아니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될 것으로 보나.

 

“낙관하지 않는다. 낙관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아무 후보가 나가도 이긴다는 생각을 하는 부류가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이 만만하지 않다.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국민은) 낮은 자세의 충직한 대리인을 고를 것이다.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나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

 

 

 

―이 시장 중심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당선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그것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야권의 정권 쟁취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문재인 대세’라는 것이 흔들리며 당 전체에 활력이 생겼다. ‘어대문(어차피 대선후보는 문재인)’이 사라졌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요즘 문 전 대표가 열심히 한다. 그런 것을 통해 야권이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 내가 MVP가 아니더라도 팀원 중에는 수비수, 미드필드, 골키퍼, 스트라이커도 필요하다. 팀원을 잘 갖춰야 한다.”

 

―이념적으로 어느 쪽인가.

 

“중도우파 정도로 보는 게 맞다. 보수란 현재의 법질서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쪽이다. 법 안에 공정성이 다 들어 있다. 강자들이 법을 안 지켜서 문제다. 진보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는 것인데, 나는 그렇지 않다. 시정을 운영하며 복지를 많이 확대했다고 해서 나보고 진보라고 한다. 그러나 증세하지 않으며 복지를 실시하고 있고,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복지 증진의무를 잘 지키는 보수다. 증세를 통해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좀 다를 수 있는데, 동일한 세원을 갖고 복지를 증대하는 일은 진보라고 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 진짜 진보는 노동당, 정의당 정도다.”

 

―왜 공정한 세상을 이루려고 하나.

 

“내가 살았던 인생, 예전 가족들이 살았던 삶을 이해하면서 공정사회를 생각했다. 운동장이 평평해야지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탄핵으로 대선 일정이 앞당겨질 것 같다.

 

“지금 공부를 많이 한다. 낮은 자세로 국민이 원하는 것들을 공부하며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 안 했다가 나가서 혼나는 사람 많다. 방송토론 등에서 결판날 것이다. 말빨이 아니라 지식과 비전, 용기와 추진력 등을 갖춰야 한다.”

 

―중앙당이 경선 룰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한테 의견을 내라고 했다. 나는 원래 하던 대로, 기본을 논의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문 전 대표와의 관계는.

 

“우리 팀이 이기는 것이 첫번째다. 가능하면 MVP를 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안 된다. 일단 팀원이 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팀원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협력하는데 일방적으로 누굴 도와줄 관계는 아니다. 페이스 메이커나 스파링 파트너는 아니니까. 경쟁적 협력관계, 협력적 경쟁관계라고 보는 게 맞다. 경쟁관계가 전쟁관계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사실 여권이 아니라 야권으로부터 심각한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음해당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트위터나 댓글에서 (나에 대한) 왜곡, 조작, 공격이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야권 안에서도 한다. 누구라고 할 건 없고. 그렇게 가면 안 된다. 경쟁을 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예의를 갖추고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수준에서 멈춰야 한다.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모욕적 언사를 하면 나중에 협력하려고 할 때 협력이 불가능해진다. 이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 시장이 민의를 재빠르게 읽었고, 더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었다.

 

“세상을 보는 그분의 통찰력은 뛰어나다. 프로다. 세상과 대중을 보는 눈은 나와 비슷하다. 그러나 지향점은 좀 다르다. 나는 서민, 사회적 약자, 이런 쪽과 가깝고 김 전 대표는 약간 기득권이고 화려한 삶을 살았다. 나는 바닥을 기었고. 그런 차이다.”

 

―박 대통령 헌법재판소 답변서에 대한 입장은.

 

“후안무치한 태도로 매를 벌고 있다. 여전히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 같다. 국민은 과거처럼 (대통령이) 말하면 듣고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독불장군이라는 지적이 있다.

 

“내 성격이 좀 거칠다. 덜 다듬어졌고. 전투적이고, 돌파형이고, 저돌적이다. 문 전 대표는 선비로서 품격이 있다. 경력도 좋고, 부드럽다. 그런 면에서 보면 완전히 나와 다르다.”

 

―형제간 불화설이 있다.

 

“형님이 동생의 시장직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고 인사청탁을 하려는 것을 막았더니, 어머니를 통해 자기 욕망을 관철하려다 패륜행위를 저질렀다. 그 과정에서 형제간 싸움이 일어났다. 공직자의 친인척 존재 자체가 권력인데, 이걸 통제하지 않으면 친인척뿐만 아니라 권력자 본인도 불행해진다는 일은 현대 한국사의 모든 공직자들, 특히 대통령 가족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나.”

 

대담= 황용호 선임기자, 정리=이복진 기자 bok@segye.com

 

 

이재명 성남시장은

△1964년 경북 안동 △고졸검정고시 합격, 중앙대 법학과 졸, 한국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중 △사법시험 합격(28회) 사법연수원 수료(18기) △변호사 개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연대위원,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국가청렴위원회 성남부정부패신고센터 소장 △민주당 부대변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통령후보 비서실 수석부실장 △민주당 성남분당갑 지역위원회 위원장 △경기 성남시장(현)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