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꼬리 같기도 하고 대걸레를 붙여놓은 것도 같다’,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털 상태의 고양이가 화제가 됐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노령의 주인이 수년간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22일(현지시간) 피플, 데일리메일 등 해외 매체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발견된 고양이 하이디의 사연을 소개했다.
하이디의 몸통에 구불구불한 털 뭉치 수십 개가 붙어있다. 마치 ‘드레드락’ 헤어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단단히 꼬여 여기저기로 퍼져 고양이 몸집보다도 커 보인다.
고양이의 존재는 주인이 병 때문에 보호 시설에 가게 되며 세상에 드러났다. 알츠하이머병이 있던 주인이 집을 비울 때 친척이 집을 방문한 것이다. 폴 러셀은 “어렴풋이 그가 고양이를 키웠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고양이들의 거처를 결정하기 전에 일단 집에 들러 밥부터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집 안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해 밥을 주다가, 러셀은 문득 고양이가 두 마리였던 것이 기억났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다른 고양이를 찾아다녔다. 그때, 침대 아래에서 거대한 생명체가 뛰어나와 후다닥 지하실로 내려갔다. 러셀은 아연실색했다. “도대체 뭐였지?”
어렴풋이 하이디를 봤을 때, 러셀은 고양이가 몸통에 치렁치렁한 담요를 두르고 있는 것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그건 전부 하이디의 털이었다.
손전등을 비추며 지하실로 내려간 러셀은 구석에서 웅크려 떨고 있던 하이디를 발견했다. “공포영화나 다름없었어요”라며 “분명 하이디는 무척 무서웠을 겁니다. 정말 아팠을 거고요”라고 러셀은 설명했다.
더러운 털은 균이 서식하기 쉬워 병을 전염시키기 쉽다. 늘어진 털의 무게는 피부에 부담을 주고 고양이의 행동도 제약한다. 겁이 많아 자주 숨어 ‘하이디(숨다 ’hide'에서 따왔다)‘라 이름 붙은 고양이는 털 때문에 더 소극적이 됐다.
동물병원으로 옮겨와 깎아낸 털의 무게만 1kg였다. 의료진은 안전을 위해 마취를 한 후 털을 제거했다. 수의사 캐이틀린 라스키는 “잠에서 깨어난 하이디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 듯 편안해 보였다”고 말했다.
하이디는 심각한 비만이었다. 보통 고양이는 스스로 털을 핥아 몸을 단장하는 ‘그루밍’을 한다. 하지만 몸집이 비대해진 하이디는 그루밍을 할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주인도 하이디의 털을 빗겨주기 힘들었다. 그저 먹기만 한 하이디는 체중이 점점 늘어 이러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병원 측은 “지금껏 이런 상태의 고양이털을 본 적이 없습니다”라며 “수년간 한 번도 빗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고 밝혔다.
현재 하이디와 다른 고양이는 러셀이 보호하고 있다. 침대에서 나오지 않던 모습과 달리 지금은 고양이 전용 침대에서 낮잠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셀은 “제게 안겨있을 때 그르릉거리며 행복해하기 시작했다”며 즐거워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