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절충안'… 혼란만 남은 국정교과서

내년 전면 적용 연기·희망 학교 사용 / 서로 다른 교육과정에 혼란 가능성 / 검정 집필기간 촉박 부실 제작 우려 / 박 대통령 탄핵땐 ‘자동 퇴장’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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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7일 발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유예 및 국·검정 혼용 방안으로 인해 2017년부터 중·고교에 전면 적용키로 한 국정화는 일단 무산됐다.

각계의 거센 반대에도 국정화를 고집해오던 교육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및 여론 악화 등을 감안해 결국 1년 유예 및 국·검정 혼용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될 경우 국정 역사교과서도 함께 ‘자동 퇴장’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번에 국정교과서의 전면 적용은 연기하되,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사용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국정화 지지자들의 주장을 수용하고 절대 국정교과서 폐지는 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당장 내년 3월부터 교과서를 사용해야 하는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예고된다. 우선 내년에는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도록 하는 부분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국정 중·고교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정책 방향을 발표하던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연구학교 지정을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학교장이 신청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정교과서 사용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 등 학교 현장의 갈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갈등을 감안하고서라도 국정화 지지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 연구학교 신청을 강행할 수 있다. 1653개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900개 법인 이사장들 모임인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는 지난달 30일 “국정교과서 검토 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각됐고, 균형있게 서술됐다”며 국정교과서의 발행 및 신학기 학교 적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뒤이어 전국 1610개 사립 중·고교 교장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도 국정교과서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국립학교의 경우 설립 주체가 국가인 만큼 우선적으로 연구학교에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령인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국립대학부설 중학교 및 고등학교는 상설 연구학교가 된다’고 명시돼 있다. 전국의 국립 중학교는 9곳, 고등학교는 19곳이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국립학교의 설립 목적에 이러한 정부 정책 연구에 대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며 “국립학교들도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신청 절차 등을 거쳐 이들 학교가 최대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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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된 연구학교들과 다른 학교들 간에 서로 다른 교육과정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부분 역시 논란거리다. 국정교과서는 개정된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됐지만 기존 검정교과서는 현행 2009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 과목으로 한국사가 지정된 상황에서 이처럼 다른 교육과정으로 인해 시험 출제 등에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정교과서 집필 기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국·검정이 혼용되는 2018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은 현재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교과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검정교과서의 제작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했지만, 기간이 줄어든 만큼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부실한 제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이번 국정교과서의 편찬 기준을 새로 집필되는 검정교과서들이 그대로 가져가게 하면서 ‘대한민국 수립’과 같은 표현 등도 또 한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