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2-28 18:23:36
기사수정 2017-07-03 19:17:10
세계일보 입수 보고서 주요 내용 / 2015년 추석 전 박 대통령 독대 이례적 / 육사 34∼43기 120여명 ‘알자회’ 회원 / 조 사령관 발탁 후 기수별 2∼3명 ‘별’ / 선후배끼리 군내 주요 보직 ‘대물림’ /‘누군가의 힘’ 작용 없이는 어려운 일
최순실 비선을 활용한 군 인사 개입 관련 보고서에 등장한 군내 사조직 ‘알자회’ 세력은 얼마나 될까. 김영삼정부 당시 ‘하나회’ 척결과 함께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졌던 알자회다. 이들이 20년 넘는 세월을 거슬러 다시 세력화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알자회 관련 보고서 내용은 구체적이다. 의혹을 제기한 보고서 작성자는 공식 수사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군내 요직에 포진한 알자회 출신은
육사 38기인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임호영 대장을 필두로 39기 항작사령관 장경석 중장, 41기 특전사령관 조종설 중장,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장경수 소장, 43기 12사단장 성일 소장, 전투지휘훈련(BCTP) 단장 송지호 준장, 논산훈련소 참모장 김덕영 준장 등이 주요 직위에 있다. 사단장 윗급은 모두 군 핵심 자리다.
이들 기수는 육사 34∼37기 알자회 선배들과 비교된다고 할 수 있다. 대령이 되기도 쉽지 않았다. 운 좋게 별을 단 이도 있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조 기무사령관 발탁 이후 알자회는 기수별로 2∼3명씩 별을 달았다. 군 안팎에서는 이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고, 오래전에 조직활동이 중단된 만큼 최근 별을 다는 이들은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권력 중심에 있었던 하나회와 달리 친목도모 의미가 강했던 알자회에서 기수별로 2∼3명씩 장군이 배출되는 것은 이채롭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알자회 선후배인 장경석 중장과 장경수 소장이 국방부 정책기획관 자리를 이어가고, 특전사령관에 장경석·조종설 중장이, 12사단장에 장경석·조종설 중장과 성일 소장이 대물림한 정황을 거론했다. 누군가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작품’이다.
올가을 군 정기인사에서 김현집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 1년 만에 교체되고, 그 자리에 임호영 중장이 대장으로 진급한 것에도 조 기무사령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당시 인사를 두고 하나회 출신 김 부사령관을 알자회가 내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보고서에는 예비역으로 38기 박순학 국방과학연구소(ADD) 정책보좌관이 연락책을, 41기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소장이 언론 담당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이라면 김영삼정부에서 조직이 와해된 뒤에도 알자회는 계속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알자회 세력화 중심
보고서는 2014년 10월 조 기무사령관 발탁 이후 알자회 출신이 다수 군내 요직에 보임됐다고 주장했다. 조 기무사령관은 육사 34~43기 생도 120여명이 속했던 알자회 회원이었다. 하나회 숙청 이후 사조직 문제에 예민했던 국방부는 1994년 이래 이들에 대해 진급과 보직에 불이익을 줬고, 이에 따라 상당수 알자회 구성원이 군문(軍門)을 떠났다. 남아 있는 장교들도 1, 2차 진급에서 누락된 뒤 간신히 3차 관문을 통과할 정도였다. 조 사령관은 대령으로 진급하고 별 셋을 다는 과정에서 모두 2차 진급했다. 유일무이한 경우다.
그가 기무사령관에 임명됐을 때 ‘비록 20여년 전 일이라고는 해도 군 사조직 전력자를 기강해이 문제를 책임지고 색출해야 할 기무사령관 자리에 앉히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가 경북 예천이 고향으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구고 선후배 사이란 점도 뒷말을 낳았지만 조 기무사령관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조 기무사령관이 2015년 추석 사흘 전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했으며 격려금까지 받았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등장할 정도다. 보고서는 당시는 조 기무사령관이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의 신임을 받지 못하던 시기로 이례적이었다고 표현했다.
군의 한 인사는 “탁월한 업무 능력과 포용력 등 조 사령관의 개인적 능력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다”며 “기무사령관이 된 뒤 기무사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세력의 음해”라고 보고서 내용을 평가절하했다. 반면 다른 군 관계자는 “조 사령관 발탁 때부터 지금까지도 사조직 출신 논란이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보고서가 나돈다는 자체가 군심의 동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