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면조사 때 ‘블랙리스트’ 추궁 검토

특검 ‘문화농단’ 수사 어디까지 / 간담회 발언 관련 “언급할 것 없다”… 송광용 소환, 조윤선 연루 등 조사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해 전혀 몰랐다”고 밝히는 등 의혹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때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을 추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다과회를 가진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2일 “대통령께서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하신 말씀에 대해선 특검이 수사 중인 사항이므로 현 단계에서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의혹도 박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할 사항 중 하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출입기자로부터 블랙리스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보도를 보니까 굉장히 숫자도 많고 하지만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4년 7월 손경식(78) CJ그룹 회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의 2선 후퇴를 종용했다는 검찰 수사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나는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란 취지로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조 전 수석을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며 박 대통령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에 일정 부분 관여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오른쪽)이 2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특검팀 내부에는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명시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어도 평소 현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나 미술작품, 책 등을 언급하며 부정적 표현을 썼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CJ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변호인’, 박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은 ‘광해’ 같은 영화를 잇따라 만들었다가 현 정권의 눈밖에 났다는 분석이 정설로 통한다.

특검팀은 이날 송광용(64)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소환조사했다. 송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2014년 청와대에 재직했다. 특검팀은 그를 상대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걸러내려는 구체적 논의가 있었는지, 당시 청와대 참모진을 지휘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에 관해 말하는 것을 들었는지,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윤선(51)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블랙리스트 문제를 놓고 조율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