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02 19:05:13
기사수정 2017-01-02 19:05:13
특검 ‘문화농단’ 수사 어디까지 / 간담회 발언 관련 “언급할 것 없다”… 송광용 소환, 조윤선 연루 등 조사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해 전혀 몰랐다”고 밝히는 등 의혹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때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을 추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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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다과회를 가진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특검팀 관계자는 2일 “대통령께서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하신 말씀에 대해선 특검이 수사 중인 사항이므로 현 단계에서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의혹도 박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할 사항 중 하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출입기자로부터 블랙리스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보도를 보니까 굉장히 숫자도 많고 하지만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4년 7월 손경식(78) CJ그룹 회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의 2선 후퇴를 종용했다는 검찰 수사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나는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란 취지로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조 전 수석을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며 박 대통령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에 일정 부분 관여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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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오른쪽)이 2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특검팀 내부에는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명시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어도 평소 현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나 미술작품, 책 등을 언급하며 부정적 표현을 썼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CJ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변호인’, 박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은 ‘광해’ 같은 영화를 잇따라 만들었다가 현 정권의 눈밖에 났다는 분석이 정설로 통한다.
특검팀은 이날 송광용(64)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소환조사했다. 송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2014년 청와대에 재직했다. 특검팀은 그를 상대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걸러내려는 구체적 논의가 있었는지, 당시 청와대 참모진을 지휘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에 관해 말하는 것을 들었는지,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윤선(51)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블랙리스트 문제를 놓고 조율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