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03 19:45:20
기사수정 2017-01-03 19:45:20
중 외교·안보전문가 청샤오허 인민대 교수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완성한다면 미국은 북한을 (선제·예방) 타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청샤오허(成曉河·51) 인민대 교수는 지난달 말 인민대 연구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한 이후 미국이 대북정책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은 낮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취임선서 전 또는 취임선서 중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강압적 대북제재를 시행할 가능성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한은 지금까지 전례없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진행해왔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북한은 연초가 되면 새로운 미사일 발사 또는 핵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한국 내정문제로 인해 북한의 핵도발 동력은 줄어들었다. 심지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북한은 핵실험 등을 함으로써 박 대통령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출범 전까지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국이 대북 핵시설을 정밀 타격해도 중국이 이를 용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어떠한 기미도 없다. 중국이 미국의 대북 외과수술적 타격을 용인할 것이라는 견해는 몇몇 학자들이 주장한 것일 뿐이다. 일부 학자들이 중국의 공식 입장을 대표하는 게 아니다. 군사적 타격은 북한의 생사와 한국, 중국의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은 쉽사리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쉽사리 타격하도록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중국이 용인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미국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에 손(군사적 조치 등 무력)을 쓰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실제 손을 쓸지 안 쓸지에 관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개발 수준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미국은 북한이 이 선을 넘는다면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연초에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 미국의 대북정책이 우호적인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트럼프가 예전과 달리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시행한다면 북한에 타격을 가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중국이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중국이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적 타격을 묵인한다면, 미국이 타격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만약 중국이 명확히 반대한다면 그 가능성은 낮아진다. 한국의 차기 권력 변화도 살펴야 한다. 진보세력이 집권한다면 미국의 북한 타격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세력이 계속 집권한다면 그 가능성은 높아진다.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북한의 핵실험 여부다. 핵실험 말고 다른 요인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핵실험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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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샤오허 교수가 지난달 말 인민대 연구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새해 동북아 정세 등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대북 선제타격 시 중국의 대응은.
“선제타격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 생각한다. 첫째,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이다. 핵무기 저장 지역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둘째, 선제타격은 북한의 핵무기 저장소뿐만 아니라, 북한의 경제·군사목표까지도 타격하는 것이다. 이런 선제타격은 규모가 크고 강도도 높다. 북한의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지역적인 충돌과 군사전쟁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이러한 상황의 발생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또한 전쟁으로 이어질 이런 타격을 중국이 묵인할 가능성조차도 없다고 할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게 도움을 요청할지에 관해 말하자면, 중국은 원조할 의무가 있다. 다만 1961년 체결한 군사동맹협약(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중국이 준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는 물음표를 던진다. 셋째, 중국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타격을 한다면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난민도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북한의 핵 도발을 막기 위해선 중국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매우 어렵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러시아에게도 큰 도전이다. 북핵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국은 많은 몽둥이(제재 수단)를 갖고 있다. 이들 몽둥이로 북한을 때릴 수도 있다. 한국은 이미 다 써서 남은 것이 없고, 미국도 많은 몽둥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조금 있다면 금융분야에서 북한을 응징하는 정도다. 중국이 몽둥이를 쓸지 안 쓸지, 가장 무거운 몽둥이로 북한을 응징할지 등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년간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다른 방법이란.
“북한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전략이다. 이 부분에서도 중국이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당근(혜택이나 각종 지원)을 얼마나 제공할지를 살펴야 한다. 올 상반기엔 이 같은 문제들에 관해 다각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6자회담 참여국 중 5개 나라가 이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북한에게 패키지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 안에는 몽둥이도 있고 당근도 있다. 몽둥이는 북한이 충분히 아프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당근은 충분히 달아야 한다. 미국과 한국이 당근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다.”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6자회담이 단기간 안에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도 관련 업무를 수행할 이들의 진용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북한문제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6자회담은 최종적인 도구다. 문제는 북한에 있다. 수년간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회담의 다른 5개 국가가 북한을 설득하거나 유인할 계획을 세우지 않은 데 있다. 북한이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사과, 포도, 바나나(다양한 지원을 말함)를 다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큰 몽둥이, 작은 몽둥이로 때려주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몽둥이만 있고 바나나와 사과는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올 상반기에 중국을 포함한 각 대표들이 이 문제를 깊이 논의했으면 한다. 현재 북한에게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맛있고 예쁜 과일과 당근을 제공해야 할지에 관해서 말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6자회담이 불가능하다면 3자회담을, 3자회담이 불가능하다면 4자회담을, 4자회담이 불가능하다면 5자회담을 하면 된다. 몇개 나라가 모이든 회담의 동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회담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여기서 중대한 문제들을 검토해 봐야 한다. 첫째, 중국이 앞으로 북한이 무서워할 만한 큰 압력을 가할지 여부다. 둘째, 미국과 한국이 북한이 나올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줄 것인가, 북한이 나온다면 북한에게 충분히 많고 좋은 당근을 줄 것인가이다. 셋째, 북한 지도자의 의지도 중요하다. 현재로선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다. 6자회담에서 다른 5개 국가가 북한에게 어느 정도의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어떠한 과일을 제공해도 필요없을 것이며 우리도 막을 수 없다. 계속 이 길을 고집한다면 북한은 결국 사경에 이를 것이다.”
-한·미가 결정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는 철회될 수 있다고 보는가.
“사드 배치는 중·한관계를 파괴하는 원인이다. 중·한관계는 중국과 북한,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진행한 이후 중국과 한국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이에 한국이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현명하지 않았다. 물론 박근혜정부는 중국에게 기분이 나쁜 이유가 100가지도 더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기분이 좋아졌는가? 북한에 대한 제재는 어떠한가? 사드 철회는 한국이 결정할 문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은 중국이 기분 나쁘지만 미국이 기분 좋은 쪽으로 선택을 할 것이다. 박 대통령 집권 위기로 사드 철회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최종적으로 사드 배치 가능성이 철회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상반기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그 후로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김 위원장 방중은 언제나 열려 있다. 언젠가는 중국을 방문할 것이다. 사드 배치가 상반기에 결정돼 중·한 갈등이 첨예해진다면 김 위원장이 하반기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베이징=글·사진 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 청샤오허(成曉河) 교수는
●푸단(復旦)대 국제정치학과 졸업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원) 연구원 ●미국 보스턴대 정치학 박사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인민대 산하 중국대외전략연구센터 부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