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위상' 삼성화재-OK저축은행, 중하위권 탈출 놓고 격돌

삼성화재 3-0 승리로 4위 점프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5년 3월28일. 챔프전 8연패를 노리던 ‘최강’ 삼성화재와 창단 2년 만에 챔프전에 오른 ‘신흥 강호’ OK저축은행은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2014~15 V-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두고 다투었다. 결과는 OK저축은행의 3전 전승. 이 챔프전을 끝으로 패배를 몰랐던 신치용 감독은 사령탑 자리를 임도헌 수석코치에게 맡기고 배구단 단장 겸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부사장으로 옮겼다. 스승으로부터 왕좌를 빼앗으며 ‘청출어람’을 몸소 시전한 김세진 감독은 내친김에 2015~16 V-리그 챔프전까지 거머쥐었다.

약 2년이 흐른 2017년 1월5일의 대전 충무체육관. 2년 전만 해도 챔피언 트로피를 두고 싸우던 두 팀의 상황은 많이 변했다. 삼성화재는 8승12패, 승점 29로 중위권의 끝자락에 서 있고, OK저축은행은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는 온데간데 없이 4승16패, 승점 11로 순위표 맨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경기. 삼성화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두 팀 모두 올 시즌부터 시행된 트라이아웃에 직격탄을 맞았다. 오랜기간 정상 자리를 지키느라 잠재력이 뛰어난 신인을 수혈하지 못한 삼성화재는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높은 효율로 때려줄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 트라이아웃 4순위로 뽑은 타이스는 얼핏 2년 전 뛰었더 레오의 향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공격이나 서브 등 모든 면에서 레오에 비해 두 세수 아래의 선수다. 여기에 KB손해보험으로 FA 이적한 이선규와 군입대한 지태환의 공백으로 센터진도 약해졌다. 토종 주포 박철우가 군 제대 후 복귀했지만, 기대한 만큼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세페다와 마르코 보이치에 이어 세 번째 외국인 선수를 맞이했을 정도로 외국인 선수 운이 없었다. 세페다는 지난해 7월 월드리그 원정 도중 집단 성폭행 혐의를 받아 V-리그 코트를 밟아보지도 못했고, 마르코는 부상으로 조기에 낙마했다. 한동안 국내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르다 모하메드를 수혈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발목을 잡아온 국내선수들의 부상으로 풀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센터 박원빈은 시즌 아웃됐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던 송명근과 강영준이 돌아왔지만, 그 자리를 홀로 메우느라 공수에서 고생한 송희채가 피로 누적에 따른 발목 부상으로 인해 3일 우리카드전에 이어 이날 삼성화재전에도 선수단과 동행하지도 못했다. 이래저래 꼬이는 상황이다. 김세진 감독은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풀전력으로 전 경기에 임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면서도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한 제 잘못이 크다. 세터 이민규에게 제대로 무기도 갖춰주지 않고 경기 운영하라고 내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한 상황. 웃은 것은 삼성화재였다. 지난 1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32.56%라는 극악의 리시브 성공률(30/86, 2개 실패)을 보이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리시브 성공률이 59.18%(31/49, 2개 실패)까지 올라오면서 세터 유광우의 능수능란한 경기운영이 빛을 발했다. 타이스는 세 세트 만에 30점을 몰아치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유광우가 자주 원맨 블로킹 상황을 만들어준 덕분에 공격 성공률은 77.14%에 달할 정도였다. 여기에 토종 주포 박철우도 블로킹 2개 포함 11점(공격 성공률 47.36%)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두 쌍포가 제 몫을 해준 덕에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을 3-0(25-21 25-20 25-20)으로 누르고 새해 첫 날 KB손해보험에 당한 충격패의 여파에서 벗어났다. 승점 3을 추가해 승점 32(9승12패)가 된 삼성화재는 우리카드(승점 31, 10승10패)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경기. 삼성화재 타이스가 공격하고 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리시브의 중심인 송희채가 결장하면서 리시브 성공률이 39.34%(28/61, 4개 실패)까지 떨어지면서 팀 공격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했다. 모하메드(18점, 공격 성공률 50%)와 송명근(12점, 공격 성공률 52.63%)의 쌍포가 그나마 제 몫을 다 해줬지만, 팀 공격 성공률이 63.38%에 다다른 삼성화재의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높이에서 졌다”고 총평을 내렸다. 이날 블로킹 득점 자체는 OK저축은행이 6-5로 앞섰지만, 유효 블로킹에서 5-13으로 뒤졌던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게다가 상대 리시브를 흔들기 위해서는 레프트의 타이스나 류윤식에게 목적타를 넣어야 했지만, 리베로 부용찬이 25개의 리시브를 받을 정도로 서브 공략도 좋지 않았다. 이날 부용찬의 리시브 성공률은 72%(19/25, 1개 실패)에 달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묻자 김세진 감독은 “전날 미팅에서 스파이크 서브는 타이스, 플로터 서브는 류윤식에게 넣으라고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불안했던건지 부용찬 쪽으로 넣더라”며 아쉬워했다.

승장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중요한 시합이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우리는 최대한 버텨야 하는 입장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겠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대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