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06 20:35:57
기사수정 2017-01-06 20:35:57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선재 지음/불광출판사/1만8000원
“나는 오래전 병을 앓다가 절집 음식을 먹으며 건강을 회복했어요. 부처님은 ‘식자제(食自制)가 곧 법자제(法自制)’라고 했어요. 스스로 음식을 다스려야 법(진리)을 세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수행에서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삶도 마찬가지요. 먹거리는 생명을 잇게 하고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혀의 맛을 좇아갈 게 아니라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조율하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요.”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이 사찰음식을 불교철학적으로 풀이한 책이다. 스님은 “처음에는 사찰음식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지만, 이제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책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절집 음식은 현대인을 힘들게 하는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자 삶을 긍정으로 이끄는 하나의 철학”이라며 “음식이야 대충 먹으면 되지, 먹는 것에 신경 쓰지 말자 등은 먹거리에 대한 게으름과 무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찰음식에 깃든 철학을 알려 하지 않는다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지 않는 것과 같다”고 풀이했다.
스님은 책에서 사계절 사찰음식의 실용적인 레시피를 소개했다. 책 제목에 대해 스님은 “부처님은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몸이 아파서 상담하러 온 이들에게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라고 먼저 물었다”면서 “이는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물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음식에서 생겨나고 음식으로 해결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우주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자연과 중생은 나와 둘이 아닌 하나”라면서 “자연의 생명이 맑고 건강해야 좋은 식재료를 얻고 이를 섭취하면서 건강한 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자연의 생명을 배려하고 그들이 행복해야 비로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며 “인간의 탐욕으로 양계장에 가둔 닭을 먹게 되면 인간 역시 병들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육식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정육’(正肉)만을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성장촉진제나 항생제가 들어간 고기는 바른 고기라고 할 수 없다”며 “필요한 경우 육식을 하되 동물의 삶을 배려하며 결코 욕심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