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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는 “닉슨이 배우 캐럴 채닝, 프로풋볼 바이킹의 쿼터백 프랜 타켄턴 등이 포함된 ‘반대자 리스트’(enemies list)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또 “닉슨이 자신의 정권에 반대하는 주요 인사 명단을 만든 뒤 이들을 사찰해 꼼짝 못하도록 제압했다”고 전했다. 닉슨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표적인 집단은 반전운동가였다. 닉슨이 블랙리스트 대상자들을 무력화한 대표적인 수단은 국세청(IRS)을 동원한 세무 사찰이었다.
트럼프 당선자의 권한이 커질수록 블랙리스트 명단이 늘어날 것이라고 뉴요커는 전망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에 반대했던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워싱턴포스트 소유주 제프 베저스 아마존 회장 등이 리스트에 오른 핵심 인물이라고 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베저스를 반독점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취임하기도 전에 트럼프 탄핵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체인지’(change.org)라는 단체를 만들어 선거인단이 트럼프를 선출하지 못하도록 청원운동을 전개해 490만명가량의 서명을 받았고, 이제 트럼프 당선자의 ‘이해상충’ 논란을 문제 삼아 탄핵 서명 운동을 펴고 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다가 탄핵되거나 탄핵 압력을 받는 박근혜, 닉슨, 트럼프의 공통점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에도 정적이나 반대 세력을 적극 포용하지 못하는 성격상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대통령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탄핵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