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위증 논란 부른 진술… 계산된 ‘탄핵 방패’?

헌재 2차 변론 진술 의혹 커져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5일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38)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을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택적 증언’을 한 것에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설까지 불거졌다.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윤 행정관의 증언 중 박 대통령과 관련해 △옷값의 출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의문의 의료용 가글 △미용사 출입 시점을 비롯해 그와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의 인연 등을 놓고 의문이 일고 있다.

윤 행정관은 “지난해 12월 의상실 대금을 박 대통령이 직접 (내게)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이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국회 국정조사에서 “의상 구입 비용을 모두 최순실에게서 받았다”고 한 것과 엇갈린다. 윤 행정관은 그러나 “이전에도 박 대통령이 대금을 건네준 적 있었느냐”는 재판관의 질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대납했다면 박 대통령은 뇌물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 윤 행정관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대통령과 함께 업무를 봤다”면서도 “어떤 업무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행정관은 가글액과 미용사 출입 논란도 알려진 것과 다르게 진술했다. 그는 청와대 간호장교가 남자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는 의료용 가글에 대해 “제가 대통령에게 올려드렸다. 시술용으로 쓴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담당한 미용사들이 오후에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주장, “오전에 손질했다”는 미용사들 진술과 어긋났다. 

최씨에 관한 진술도 엇갈린다. 윤 행정관은 “최씨를 청와대에서 몇 번 보고 인사도 나눴다”며 최씨가 주로 박 대통령의 의상 관련 업무를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씨는 검찰 조사 때 “청와대(인사)는 박 대통령 외에 아무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과 상반된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 행정관이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방패’용과 다른 박 대통령측 증인들에 대한 심문을 대비한 ‘정찰’용으로 투입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권력 3인방’인 이재만(51)·안봉근(51) 전 비서관이나 최씨를 수행하기도 한 이영선(38) 행정관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것도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