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08 19:10:11
기사수정 2017-01-08 22:10:46
특조위 조사마다 정부와 충돌 / 2015년 1월 활동 시작했지만 본질 접근 못하고 2016년 9월 끝나 / 선체 인양 연기… 잊혀지는 듯 / 국정농단 쟁점으로 떠오르며 ‘국민조사위’ 출범 공감대까지 / 2기 특조위 구성 입법 힘실려
“저희가 온전히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저희만 살아나온 것이 유족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죄 지은 것만 같다.”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새해 첫 주말 촛불집회 단상에 선 경기 안산 단원고 졸업생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살아 남은 이들은 “3년간 친구들을 남겨둔 채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친구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9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작업은 선체 인양 지연과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등으로 국민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듯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다시 정국의 한복판에 떠올랐다. 캄캄한 바다 아래 녹슨 채 가라앉은 세월호처럼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2015년 1월 ‘세월호 특별법’ 시행 이후 활동을 시작한 세월호 특조위는 활동 기간과 조사 범위·권한 등 사안마다 정부와 계속 마찰을 빚은 끝에 지난해 9월 1기 활동을 마무리했다. 특조위는 사고 당시 교신 데이터 조작 의혹이나 세월호 선체 과적 문제 등을 제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등 조사권한의 한계와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 등으로 희생자 유족과 국민이 원하는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
정확한 침몰 원인을 규명할 선체 인양도 기약이 없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7월까지 인양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연기를 거듭하더니 올해 4∼6월로 미뤄진 상태다. 결국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 생존자 등은 인양준비 작업 현장을 볼 수 있는 동거차도에서 가슴 아픈 새해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이 탄핵소추 사유와 맞물려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국민이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과 청와대의 대응뿐 아니라 세월호 침몰과 구조 당시 상황, 이후 수습 과정 등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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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경기도 안산시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한 어린이가 노란색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안산=남정탁 기자 |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등 2기 세월호 특조위 출범을 골자로 한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아울러 세월호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참사의 진상규명에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고 2기 특조위 활동을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최근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국조위는 △1기 특조위의 활동 내용 정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조사연구 △선체 인양을 위한 정보·제보 수집 △세월호 참사의 진실·교훈 홍보 및 교육 등을 활동 목표로 내건 상태다. 국조위가 참사의 진상규명을 넘어 재난·안전 문제에 대한 국가체계 개선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조위는 1기 특조위의 중간보고서 등을 토대로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시민 규제제안’과 ‘안전 업무의 비정규직화·외주화’ 등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