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09 11:00:57
기사수정 2017-01-10 13:22:57
일본 초등학생에게 큰 인기를 끄는 가방 브랜드 '란도셀'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비싸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이 가방이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는 큰 부담이 되는 한편, 아이들 사이에서는 집단 따돌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에서다.
매년 이맘쯤이면 대형 백화점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란도셀 판매 쟁이 시작된다.
저렴하게는 1만엔(약 10만3000원)부터 비싸게는 15만엔(154만원)에 이르는 이 가방은 해마다 가격이 올라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스럽다는 지적과 함께 가방 가격을 둘러싸고 아이들 사이에 그룹이 나뉘거나 '왕따'가 불거지는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초등학교 입학에 필수인 것처럼 여겨지는 란도셀을 사용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부모는 학교와 시교육위원회에서도 란도셀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으며, 저렴한 가방을 사용해도 아이들의 등교나 학교생활에는 지장 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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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학교에서는 란도셀을 대신해 천이나 인조가죽 등으로 만든 가방을 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란도셀을 사용한다. |
코마지와대학의 야마구치 히로시 조교수는 "비싼 란도셀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른 가정에서 사니 우리 아이만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며 "행여 '란도셀을 사주지 않으면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섞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나 행정기관이 아닌 부모 생각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지금도 란도셀을 대신해 저렴한 가방을 메도록 하는 학교와 부모가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려는 이는 거의 없는 편이고, '의무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에겐 란도셀을 사주겠다'고 말하면서 가방이 비싼 탓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정에서는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고가방을 보육원 등에 기부하고 있지만 이러한 점이 역효과를 나타내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자신을 보육원 직원이라고 밝힌 이는 “많은 사람이 중고가방을 보내오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가방을 사주고 싶다”며 “중고품은 규정에 의거해 폐기 처리하게 되고 보육원 아이들도 새 가방을 메고 싶어 한다"고 사정을 털어놔 의견이 분분했다.
일본 에도시대 말기인 1847년 왕족과 귀족 자녀들의 교육기관인 '각슈인'에서 아이들에게 메도록 한 란도셀은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란도셀은 '백팩'을 뜻하는 네덜란드어의 '란셀(Ransel)'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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