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Only Live Once] 편안히 앉게 그리고 쉬게… 일상 속 ‘휘게’

‘휘게 라이프’ 위한 10가지 팁

4년 전 대통령 선거는 탄핵당할 대통령을 뽑은 셈이 됐지만, 그래도 남긴 것이 있다.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대선이 있던 2012년의 끝에서 ‘저녁이 있는 삶’(손학규, 폴리테이아)을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면서 “이 책의 제목만큼은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지난 4년 대한민국 정책은 ‘모두 함께, 당당하게 일하고 떳떳하게 저녁을 누리는 삶’을 경제적으로 구조화하지 않았지만, 국민은 저녁이 있는 삶의 요소를 일상에 들이려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했다. 웰빙, 건강한 삶과 환경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로하스, 힐링에서 시작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지향한다는 킨포크, 미니멀라이프를 거쳐 이제 ‘휘게(Hygge)’를 향하고 있다.

건물의 구석진 곳 등을 활용해 일상 속에서 ‘휘겔리’한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덴마크어에서 비롯된 휘게는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 가족, 친구,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것을 즐기는 따뜻한 일상의 소박함과 즐거움 등을 의미한다. 북유럽 문화권에서 보편적인 삶의 태도다. ‘라이프트렌드2017’의 저자 김용섭은 “휘게는 ‘나만 잘 먹고 잘 살자’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과 함께 일상을 누리며 잘 살자는 것이다. 이건 한국인의 욕망이 꽤 변했다는 의미다. 스칸디나비아 열풍으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가구나 디자인 제품에서 교육, 복지제도 등을 거쳐 이제 휘게까지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북유럽 국가로의 이민을 꿈꾸지만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대안으로 북유럽 스타일로 집을 꾸미고, 인간적인 삶의 화두가 담긴 휘게문화를 받아들여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엔 ‘코리안 휘게’라는 말까지 탄생해 새해 트렌드 서적들을 채웠다.

글로벌트렌드정보기업 스타일러스 안원경 실장은 “나무, 식물 등을 통한 휴식 취하기, 자유롭고 사색적 일상추구는 올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중 하나”라고 꼽았다. 

‘휘게스타일’의 저자 마리 토렐 소더버그는 “덴마크에서 휘게는 정치적으로 좌익과 우익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좌익은 휘게를 배타적이고 내향적이며 북유럽 이외의 문화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고, 우익은 휘게를 야심과 성장에 대한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며 “하지만 ‘이제 정치는 그만 이야기하고 휘게하자’고 말할 때는, 차이를 한쪽으로 제쳐두고 협동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휘게는 덴마크의 협동조합운동과 활발한 자원봉사 문화, 내부 경쟁이 아닌 공동체 지향적 태도,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 모색의 바탕이 됐다. 삶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는 점에서도 휘게를 연습할 가치는 충분한 셈이다.

모두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가구의 상징으로 덴마크 건축가 핀 율의 예술작품이 된 의자인 ‘핀율의 암체어’를 가질 수는 없지만, 지금 가진 것으로도 일상 속에 휘게를 더할 수 있다. 열 가지 팁을 소개한다.

①식물

휘게는 간결할수록 좋지만, 식물에서만큼은 예외다. 식물은 집 안 이곳저곳에 따로 놓기보다 한자리에 놓을수록 좋다. 식물들을 한데 모아 그 자리를 초록으로 물들여보자. 들판에서 꺾은 꽃으로 만든 아름다운 꽃다발이나 나뭇가지로 집 안 구석구석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오래 두고 감상할 수 있는 부드러운 꽃봉오리가 핀 목화나무 가지도 좋다.

②구석진 곳

집을 꾸밀 땐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휴게소 같은 공간을 만들자. 자기 자신과 가족이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안전함이 느껴지는 구석진 자리는 재충전하기에 좋은 곳이다. 팔걸이의자를 놓고 그 위에 부드러운 쿠션과 담요를 올리자. 그 옆에 작은 탁자와 조명을 놓으면 차와 간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책에 푹 빠져들기에 완벽한 공간이 된다.

③선물과 가보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들의 의미에 대해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들은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냈던 특별한 시간,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물건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는 물건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고 휘게를 창조한다. 선물과 가보를 소중히 배치하는 것은 그 이야기들을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다.

④조명

덴마크인들은 기후 탓에 연중 6∼8개월 동안에는 낮에도 인공적인 조명에 의존해야 했다. 집이나 회사에서 어떤 조명과 램프를 사용하느냐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덴마크 조명건축가 아스게르 베이 크리스텐센은 조명이 심신의 안정과 행복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휘게 조명 만들기 비결로 백열전구나 따뜻한 LED 다이오드를 선택할 것, 각각의 공간마다 최소 두 개의 램프를 놓을 것을 추천한다.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이 감도는 빛의 색은 따뜻한 휘게 색으로 다가온다. 또 좁은 공간일지라도 각 공간마다 두 개 이상 램프를 놓으면 천장 조명을 끄고 램프들로 빛의 웅덩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등갓이 씌워진 램프를 탁자 위에 걸면 빛이 사람의 눈으로 곧바로 들어오는 대신 테이블 위로 집중돼 쏟아진다. 커피 테이블과 책상도 같은 방식으로 조명을 설치하자. 분위기와 필요에 따라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도 좋은 아이디어다.

⑤촛불

덴마크는 유럽연합 국가 중 1인당 가장 많은 양초를 소비한다. 매년 1인당 5.79㎏ 양초를 쓴다. 퇴근 후 집에 와 처음 하는 일로 양초에 불을 켜고, 촛불을 바라보며 이제 긴장을 풀어도 된다는 양초의 속삭임을 느낀다면 촛불 휘게를 제대로 느낀 것이다.

⑥책

책은 그 속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물건이지만, 때론 책의 표지나 장정 방식, 책이 거쳐온 장소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책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물려주신 오래된 책, 휴가지에서 구입한 책, 어린 시절 잠들기 전 읽은 책,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을 때 읽은 책들에서 휘게를 찾을 수 있다.

⑦재활용

널빤지, 빈 병, 상자 등을 이용해 공간을 꾸미면 색다른 멋이 난다. 사용한 병을 헹궈서 유리잔으로 만들거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울타리에서 꺾은 꽃을 꽂아둘 꽃병으로 탈바꿈시켜보자. 사과상자에 책을 꽂아 보관하거나 탁자로 써보자. 오래된 배관 파이프는 옷걸이로 사용할 수도 있다.

⑧음악

휘게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평화로운 마음 상태다. 유대감이라는 둥지 속에서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상태다. 핵심은 유대감을 느끼고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다. 삶의 본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따스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노래 리스트를 갖고, 듣는 것도 휘게다. 덴마크의 전설적인 라디오 진행자 마스터 팻맨은, 역시 전설적인 브라질 아코디어니스트 시부카의 ‘Ain’t no sunshine’ 등을 휘게 음악으로 꼽았다.

⑨기념품

여행지에서 가져온 기념품은 여행 관련 추억을 일으킨다. 기념품을 고를 땐 단순한 장식품보다 좀 더 실용적인 것을 택해보는 것도 좋다. 가령 시칠리아에서는 파스타 기계를, 프랑스 남부의 철물 상인에게서는 목재 주방가구를 사보자.

기념품이 식상하다고 외면하지도 말자. 작은 에펠탑 모형을 보며 파리에서의 잊지 못할 여행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면 망설이지 말고 사서 추억을 즐기는 것이다.

⑩믹스 앤 매치

오래된 것과 새것을 조합해 균형을 이루자. 가령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서랍장과 새로 출시된 아름다운 램프,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의자, 친구가 그려준 그림을 한자리에 두는 것도 훌륭한 휘게 인테리어 아이디어다.

김예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