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11 16:04:25
기사수정 2017-01-11 16:04:25
헌법재판소는 11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모두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김 전 실장이 ‘정당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이라고 언급했다고 적힌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는 “청와대비서실이 수집한 각종 정보 분석에 따른 추론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헌재 입장 전문.
○2016년 12월 6일 일부 언론에서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영한의 비망록 10/4자 및 12/17자 기재를 근거로, 통진당 사건 ‘연내 선고 방침’에 이어 재판 결과까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면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체제의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독립성과 삼권분립 침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는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었습니다.
○재판정보에 대한 유출의혹이 제기되는 것 자체로 재판기관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그 보도 직후인 2016. 12. 7. 헌법재판관회의에서 그 경위조사를 위하여 경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경위조사위원회는 이정미 재판관을 위원장으로, 김이수 재판관과 김용헌 사무처장을 위원으로 구성하고, 같은 날부터 경위조사를 개시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경위조사위원회는 2016. 12. 7., 12. 23., 2017. 1. 3., 1. 9. 4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하고 다음과 같은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우선, 재판소장 및 재판관 등에 대한 개별면담, 2014. 8. 1. 이후의 통화내역, 정문 방문일지 등 교제, 방문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다각적으로 검토,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보도기사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된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 통진당해산 사건의 경우 그 사건의 중요성과 파장에 비추어 철저한 비밀과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재판관들의 사전 합의에 따라 선고당일 최종평의와 표결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선고당일 9시 30분에 최종표결을 하고, 9시 40분경 결정문에 대한 서명을 완료하고 10시 5분경에 선고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최종결론은 재판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등 어느 누구도 미리 알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의 ‘정당해산 확정’이란 12/17자 메모와 12/18자 메모의 ‘기각인용간에 파란예상’이란 기재를 비교해 보더라도, 청와대에서 재판결과에 대하여 사전에 확실히 알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같은 12/18자 메모에는 그에 따른 선관위의 후속조치로 ‘의원직 상실에 대한 판단이 없는 경우’를 상정하여, 비례대표의원은 법조항에 따라 전원회의에서 결정하고, 지역구의원의 경우 국회 윤리위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 12/17자 메모는 청와대비서실이 수집한 각종 정보의 분석에 따른 추론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해석일 것입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장이 2014. 10. 17. 국정감사 오찬장에서 한 선고시기에 관한 발언은 여당의원들이 국감장에서 그 사건에 대한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였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어서 그 궁금증과 의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신속히 선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지, 결정 선고일을 미리 정하여 놓고 발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울러 당시 사건진행의 정도가 변론이 막바지에 이르러서 그 사건에 대한 선고시점이 대략적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10/4자 메모 역시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했다기 보다도 청와대비서실이 수집한 각종 정보 분석에 따른 추론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도기사에서 제기된 의혹은 모두 사실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헌정사에 중대한 탄핵심판사건이 계류중에 있습니다. 재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재판절차의 공정성과 함께 재판의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 12. 23. 전 재판관실과 주요 방실에 최신 도․감청방지장비를 추가 설치 완료한 바 있으며, 향후 지속적인 보안점검 노력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2017. 1. 11. 경위조사위원회 위원장 이 정 미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