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11 21:04:08
기사수정 2017-01-11 21:04:06
숱한 의혹·구시대 참모진 논란… 대권가도 험난할 듯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금의환향한다. 그는 고국 땅을 밟아 전직(轉職)을 공식 신고한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임기 한 달간 ‘반(半) 외교관, 반(半) 정치인’으로 살던 그가 46년 외교관 옷을 벗고 명실공히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것도 단박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대선주자로 말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지만 10년간의 ‘외교 대통령’ 경험과 높은 인지도가 대권도전의 자산이 됐다. 여권의 인물난도 그의 경쟁력을 배가시켰다.
그는 지지자들의 환영 속에 대권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그의 대권가도가 비단길이 될지, 가시밭길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한사코 꽃길을 마다했다. 반 전 총장을 만나 대권 의사를 확인했던 측근은 “반 전 총장은 외국 강의 등 향후 5년간 일정이 잡혀 있어 굳이 대선에 나갈 필요가 없음에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출마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가 대선의 링에 오르자마자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잽(Jab)이 그에게 날아들고 있다. 전직한 신참에 대한 신고식인 셈이다. 묵직한 파워가 느껴지는 잽도 있다. 그가 ‘대통령의 올바른 용단’이라고 극찬했던 12·28 일본군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한·일 정부 간 충돌이 그것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부산 주재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해 항의하며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를 중단했다. 대다수 국민이 12·28 합의를 ‘굴욕 외교’란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반 전 총장의 긍정 평가는 향후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의 달인’인 그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판단으로 명성에 흠집을 낸 꼴이다. 그의 주무기인 ‘외교 신공’마저 불신받을 판이다. 그동안 “지난 10년간 유엔에서의 경험으로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해왔다.
야당은 최근 반 전 총장의 신천지 연루설, 동성애 옹호, 23만달러 수수 의혹 등을 문제 삼아 검증 공세를 펴고 있다. 반 전 총장 측이 적극 방어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은 형국이다.
그의 주변에 몰려드는 참모 그룹들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 4대강 사업(22조원)과 자원외교(41조원)에 혈세를 낭비하는 것을 방조했던 이명박정부의 고위인사들이 반 전 총장을 돕고 있어서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기보다는 답습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와 더불어 측근의 국정농단 묵인이 국정 마비를 야기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현란한 화술과 임기응변으로 이 같은 난제들을 극복하고 전직에 성공할 수도 있다. 그의 강한 권력의지도 위기 돌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건 등 정치 밖의 영역에서 명성을 쌓았으나 결국 대권 꿈을 접은 역대 대선주자들과 다르다는 평가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가 판치는 현실정치에서 정도(正道)가 아닌 ‘변칙플레이’로 생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내공이 없는 반 전 총장은 ‘정치의 정도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란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