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투데이] "여러분으로부터 배웠다" 자격을 증명한 대통령의 품격

국민 사랑 안고 떠나는 오바마…경쾌한 고별연설 / 임기 막판까지 50% 지지율 기록/실정·비리로 레임덕 시달리는 한국의 대통령과 대조적 모습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퇴장을 예고했다. 그는 퇴임을 열흘 남겨둔 10일 ‘제2 고향’에서 경쾌하게 고별연설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인지 내 말을 잘 안 들으시는 것 같은데, 자리에 앉아 달라”고 웃으며 연설을 시작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고별연설을 한 뒤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시카고=AP연합뉴스
자신의 발언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막판에도 5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를 가득 채운 지지자들은 “4년 더”를 외쳤고,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연장은) 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의 진보를 위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임기 말이면 실정과 비리로 어김없이 레임덕에 시달리고, 탄핵 위기에까지 빠지는 우리 대통령들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별연설에서 끄집어낸 화두는 8년 전 승리연설 때와 마찬가지인 변화와 진보였다. 그는 “미국은 여러 세대에 걸쳐 더 나은 나라, 더 강한 나라로 변해 왔다”며 “우리는 진보를 향한 기나긴 계주를 이어왔다”고 규정했다. 이어 “학교와 공장, 해외의 군부대 등에서 여러분과 나눴던 대화가 나를 만들었다”며 “나는 여러분으로부터 배웠으며, 여러분은 나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고마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며 “나는 여전히 변화의 힘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재창출 실패에 대한 아쉬움도 은연중 드러냈다. 그가 “우리는 두 걸음 나아가면 종종 한 걸음 뒤로 가는 것을 느낀다”고 밝히자 일부 청중은 탄식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오바마 눈물의 작별 오는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고별연설을 하던 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시카고=EPA연합뉴스
8년 동안 실행에 심혈을 쏟은 정책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건강보험개혁 정책(오바마케어)과 이란핵 협상, 2008년 불거진 경제위기 극복 등이 그가 언급한 업적이었다.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했다. 연설은 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 청중 속에 있던 아내 미셸 등 가족과 조 바이든 부통령 등을 바라보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미셸의 이름을 언급한 뒤 “당신은 아내이자 엄마일 뿐만 아니라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원하지도 않은 역할을 25년 동안 우아하게, 재치 있게 해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막판에 “대통령으로 마지막 부탁을 한다”며 “나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분의 능력으로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할 수 있고, 이뤄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이후 퇴장했지만 많은 지지자들은 아쉬움에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