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 연설이 부러운 이유

박수 받으며 떠나는 미국 대통령
야유 받으며 떠나는 한국 대통령
포용·통합의 정치문화 가꿔가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열흘 앞둔 어제 심금을 울리는 고별연설을 했다. 그는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변화를 위한 단합과 참여를 강조하며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의 시간에, 우리의 손으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받았고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참석자들이 계속해서 박수를 치고 연호하는 바람에 행사가 늦어지기까지 했다. 지지자들은 “4년 더” “아이 러브 유” 등을 외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율이 임기 내내 40%대를 유지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55%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율 37%보다 높았다.

미국 국민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8년간 국가에 봉사한 노고를 격려하는 차원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품위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한 데 대한 찬사이자 존경의 표시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소통의 리더십, 탈권위적인 모습 덕분이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토론하고 설득하는 소통과 포용의 정치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한국의 정치 상황과 대비된다. 대통령이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가 야유를 받으며 퇴장하는 비극을 되풀이하는 후진 정치를 되돌아보게 된다. 국가 권력의 사유화와 민주주의 후퇴에 절망했던 광장의 민심은 이제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염원하고 있다. 조만간 치러질 대선은 우리가 맞게 될 미래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국민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독선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이 기웃거리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초심을 잃으면 비운의 종말은 피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그의 연설은 우리의 다짐이 돼야 한다. 정치권과 국민이 함께 노력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