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13 21:56:07
기사수정 2017-01-13 21:56:07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독일의 평범한 수도사였던 마르틴 루터가 교황의 면죄부 판매를 비롯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에 맞서 1517년 10월31일 독일 비텐베르크 성 교회의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것이 종교개혁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아날 학파의 창시자 뤼시앵 페브르는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을 통해 종교개혁을 이끈 루터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유럽 격동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루터는 처음부터 세상을 뒤흔들 혁명을 꿈꾸지 않았다.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 교회의 문에 반박문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그는 개인의 신앙과 구원에 더 관심이 많았고, 가톨릭 교회와의 대화를 원했다. 그러나 교회는 루터를 포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거기에 답을 해온 것은 ‘독일’이었다. 당시 독일은 엄밀한 의미의 통치자가 없었다. 단지 각 영지를 다스리는 제후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분열된 상태에서 불안정했던 독일은 상황을 바꿔줄 ‘하나의 신호, 한 사람’을 원했던 것이다. 루터는 ‘구원’을 말했으나, 독일은 그것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들었다. 루터는 ‘양심의 자유’를 말했지만, 독일인들은 외적인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로 해석했다. 그렇게 루터의 운명은 굴절됐다. 루터는 가톨릭 교회의 품 안에 머물고 싶어 했지만, 교회는 이단으로 내쫓았다. 독일은 ‘종교적’ 루터를 ‘사회·정치적’ 루터로 받아들인 것이다.
저자는 한 인간의 생애가 사회나 국가와 맞물리며, 집단 속에서 어떻게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그리는지 지점을 찾아내 짚어준다. 또 역사학자로서 루터에 대한 전적인 호평이나 맹목적 비난을 경계하며 루터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1927년 이 책의 집필을 완성했다. 당시 루터와 관련한 문헌은 바다와 같았다. 그 문헌의 대양에서 저자는 어떤 루터의 초상을 건져올리려 했을까. 저자는 개혁적이고 창조적인 힘이 충일했던 30∼40대의 루터를 조명한다. 1517년부터 1525년까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영웅적인 역할을 역동적으로 수행한 루터를 말이다.
권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