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나무 밑둥

송민규

첫사랑이었던 그대는, 이사 와서
그대의 의자를 집 밖에 남겨둡니다
의자에 비가 내린 사이
의자에 햇볕이 내린 사이
축축하고 건조한 사이에만 앉게 되는 나
한 번쯤
완전히 젖어서, 완전히 말라서
앉은 모습을 그대에게 보여 주겠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의자를 적시고 말리던 날
의자가 주저앉았습니다

-신작시집 ‘다트와 주사위’(서정시학)에서

◆ 송민규 시인 약력

△1979년 전주 출생 △고려대 국문학과 현대시 대학원 박사 졸업 △2014년 ‘서정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