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화된 트럼프 안보리스크 어찌 대처할 건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북핵 문제를 대외정책 우선순위에 놓고 대북 압박에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그제 “북핵은 심각한 위협이다.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대북 선제타격 옵션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자도 북한을 4대 당면 위협의 하나로 꼽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전날 북한을 ‘적’이라고 못박고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핵심 참모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지 천명을 도발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핵심 공약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도 쟁점화하고 있다. 매티스는 “우리는 그동안 동맹들에 대해 ‘어떤 방위비든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며 “동맹들도 그들의 의무를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틸러슨은 “모든 동맹이 그들이 한 약속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겠다고 했지만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대북 강성 발언이 잇따르자 동북아 정세가 어느 때보다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공언한 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추가 핵실험에 나선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고강도 대응에 돌입하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대중 압박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주한미군의 틀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 우려가 앞선다.

우리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탄핵소추로 실종된 상태나 다름없다. 외교·안보 당국은 한·일 간 위안부 합의 갈등, 한·중 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마찰 등 한꺼번에 몰려든 외부 충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어제 트럼프 당선자의 북핵·동맹 관련 발언에 대해 “대북 정책 공조나 한·미동맹 발전을 추진하는 데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주변 정세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한 얘기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