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나오는 최순실… 탄핵심판 '분수령'

‘강제구인 절차’ 초강수에 백기/ 재판 이유 진술 거부할 가능성/ 문고리·고영태 출석여부 관심/ 손혜원 “고씨 서울에 잘있다”
국정농단 주역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에 관해 증언한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의 직접적 원인이라 할 최씨가 증인 출석을 결심함에 따라 16일 열릴 5차 변론이 탄핵심판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68·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15일 “‘최씨가 월요일(16일) 헌재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검과 헌재 사이에서 ‘불출석 돌려막기’를 일삼던 최씨의 이 같은 변심은 “나오지 않으면 강제구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헌재의 초강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증인신문에 출석할 예정이다. 현재 구속 피고인 신분인 두 사람은 더 이상 헌재의 출석 요구를 피할 명분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국회 측이 최씨를 통해 박 대통령 탄핵 사유를 입증할 만한 의미 있는 증언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현재 진행 중인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솔직한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최씨는 지난 10일로 예정된 증인신문에 “나와 딸(정유라)의 사건이 진행 중이어서 진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이에 헌재는 ‘강제구인도 불사하겠다’며 이례적으로 16일 특별기일을 지정했다. 주요 증인의 불출석으로 심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주일에 3회 변론을 여는 ‘강행군’을 택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나머지 증인의 출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고리 3인방’ 이재만(51)·안봉근(51) 전 청와대 비서관의 소재는 아직 묘연하고, 17일 증인 신문이 예정된 이승철(58)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역시 관련 형사재판 증인 출석을 이유로 “헌재 출석을 미뤄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특히 ‘키맨’ 고영태(39) 전 더블루K 이사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헌재는 고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증인 출석요구서를 우편으로 보내고 경찰에 행방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출석이 불투명하다.

고씨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고 서울 강남에 잘 있다. 다만 언론 노출을 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이중환 변호사는 이날 KD코퍼레이션 납품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종욱 KD코퍼레이션 대표를 탄핵심판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다.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 역시 차은택(49·〃)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황창규 KT 회장, 황은연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