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접는 듯했던 ‘반기문 당’ 창당론 다시 꿈틀

전직 의원, 캠프회의서 강력 건의/외교관 출신들은 여전히 반대 견지/원로 회동 이후 최종결심 할 듯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신당을 창당할 것인가.

반 전 총장 측 전직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정당이 필요하다며 신당 창당작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했었으나 외교관 출신 인사들의 반대로 그 뜻을 접는 듯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충북 음성 AI거점소독소를 방문해 고압소독기를 이용해 방역작업을 체험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반 전 총장 귀국을 계기로 창당문제가 전직 의원들 사이에서 다시 꿈틀대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날인 지난 13일 서울 마포 캠프사무실에서 첫 회의를 소집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 전직 의원이 신당 창당의 불피성과 필요성을 강력히 건의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16일 “전직 의원이 회의에서 ‘당을 빨리 만들어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반 전 총장에게 얘기했다”며 “그러나 외교관 출신 한 사람이 ‘돈이 많이 든다’며 창당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16일 최근 조선업 침체로 위기에 직면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근로자들의 손을 잡으며 격려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전직 의원 4명과 외교관 출신 등 13명이 모였다고 한다.

신당 찬성파들은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 가운데 어느 한쪽에 입당하면 특정 정파색을 띨 수 있어 보수 단일후보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반 전 총장에 대한 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당 반대파들은 반 전 총장이 신당 창당을 하면 전현직 국회의원 참여로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설 전후로 여야 정치 지도자와 원로 등과 회동한 후 신당 창당 여부를 최종 결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