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 처음 선 최순실…연설문 수정·청 출입 인정

방문이유엔 “사생활” 입 닫아/국정농단 의혹들 모두 부인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16일 헌법재판소에 나와 청와대를 드나들고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을 직접 수정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청와대를 얼마나 자주, 왜 방문했는지에 대해선 ‘사생활 비밀’을 이유로 입을 닫았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청와대 방문 경험과 횟수를 묻는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질문에 “청와대를 출입한 적이 있다”면서도 방문 횟수는 기억이 안 난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 중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청와대 방문 이유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개인적 일을 도와드리기 위해 들어갔고 사생활이라 말씀드리기 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개인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청와대에 갈 때마다 박 대통령을 항상 만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 전 비서관과 이메일 계정 및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본 적이 있다면서도 이 외의 다른 자료는 본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해당 이메일 계정에 고위 공무원 인사자료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본 적이 없다. 다른 것은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고, 연설문의 감성적인 표현이나 그런 것만 봤다”며 고위 공직자 인사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앞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사설 고문단)이라고 한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진료비나 의상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의상비를 받은 기억은 있다”고 반박했으나, 구체적인 사례를 주문하면 “사생활이라 얘기할 수 없다”며 빠져나갔다.

아울러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 주도와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 청탁 및 개입, 딸(정유라씨)의 승마 및 이화여대 입학 특혜 논란 등과 관련한 의혹과 혐의, 박 대통령 지원설 등을 모두 부인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