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19 18:42:08
기사수정 2017-01-19 22:21:41
안 메모에 “특검 문제 없어… 걱정말라”/검 수사 자신감도… 우병우 입김설 제기
‘(검찰)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 사실을 은폐하려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에 증거 인멸과 허위 진술을 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경련 측은 청와대 지시가 없었다면 두 재단은 안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안 전 수석과 최순실(61·〃)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승철(58)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언론보도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확산하던 지난해 10월 안 전 수석으로부터 “‘재단 설립과 모금은 전경련과 기업들의 자발적 행동이라고 진술하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이 ‘검찰에 가서 그렇게 얘기하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 잘 조치돼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날 안 전 수석이 보낸 내용이라고 공개한 메모지엔 ‘새누리(당) 특검도 사실상 우리(청와대)가 먼저 컨트롤 하기 위한 거라 문제 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되니 고생하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적혀 있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안 전 수석에게서 계속 그런(증거인멸과 위증 등을 압박하는) 전화가 와 힘들었다”며 전화를 피하는 자신에게 전달된 메모라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두 재단 관련 의혹 보도가 처음 나온 뒤 이 부회장에게 125차례나 연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안 전 수석의 요구로 전경련이 재단 설립을 주도한 것처럼 꾸민 국감 대응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20년 전 전경련 입사 후 청와대 지시로 재단을 만든 전례가 없다”면서 재단 출연금과 출연할 기업, 재단 위치와 명칭, 이사진 운영 방식은 물론 심지어 재단 쓰레기통까지 청와대가 세세히 챙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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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19일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희망펀드에 기업들이 동참한 것도 사실상 청와대 압박 탓이라고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2015년 9월 첫 기부를 한 데 이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0억원) 등 대기업 총수들이 거액을 기부한 청년희망펀드와 관련해 “‘1200억∼1300억원을 대기업이 협조하라’는 안 전 수석의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한편 CJ그룹 이미경(59)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된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 부회장이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았다”며 자신이 퇴진을 강요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혜진·권지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