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톡戰] 경기침체, 한파…무료급식소도 꽁꽁 얼렸다

 

"무료급식소는 홀몸노인, 쪽방촌 주민, 노숙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마지막 보루입니다. 보기에 안 좋다고 내쫓는다면 굶주린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해온 무료급식소가 님비(NIMBY·혐오시설을 꺼리는 지역이기주의) 현상으로 이전 작업이 난항에 부딪히고, 기부마저 끊겨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부산시는 무료급식소와 쉼터·상담소 등 노숙인 관련 시설을 한데 모은 복지센터를 지으려다가 인근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닥쳤다. 2004년 부산역에서 시작된 무료급식소는 2006년 이후 부산진역으로 자리를 옮겨 노숙인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해오다가 역사 민간개발로 이전이 불가피해지자 부산시는 2015년부터 대체 장소를 물색해왔다.

애초 부산시는 동구 수정동 상수도사업본부 소유 땅을 매입해 3층짜리 희망드림센터를 건립하려고 했다. 30억원으로 무료급식소와 쪽방 상담소, 노숙인 재활시설 등을 갖출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주택가와 인접해 도시 미관을 해친다면서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시는 고민 끝에 동구 좌천동 부산교통공사와 철도시설관리공단 땅을 대체 용지로 정해 돌파구가 열리는 듯했다.

◆무료급식소, 님비 현상으로 이전 난항…기부마저 끊겨 운영 어려워져

이번에는 대체 용지 인근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 사업 조합원이 들고 일어섰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노숙인 관련 시설이 들어오면 분양이 안 되고, 재산권 침해도 우려된다는 주장이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10월 격론 끝에 희망드림센터 용지 매입안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용지를 매입하되 1층 무료급식소를 제외한 희망드림센터의 시설 용도를 반대 주민들과 협의해 결정하라고 한 것이었다.

물론 큰 고비는 넘겼지만, 재개발 조합 측이 계속 반대하면 무료급식소를 포함한 희망드림센터 건립이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격한 대립은 피하게 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시민단체들은 무료급식소 이용객의 절반가량은 노숙인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지역 쪽방촌 주민이나 홀몸노인·장애인 등이며 노숙인은 위험하다는 것도 편견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국정농단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기부 분위기가 꺾인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무료급식소도 늘고 있다.

◆후원 줄어드는데 임차료 등 운영비 부담 갈수록 커져

전국자원봉사연맹이 전국적으로 운영하는 곳 중 하나인 서울 '천사무료급식소'는 최근 기부가 줄어든 대신 무료급식소를 찾는 발길은 늘어 고민에 빠졌다.

청탁금지법과 아무 관계가 없지만 위법한 요소가 있을 것 같아 기부를 해왔던 기업들이 최근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한 사례가 꽤 있기 때문이다.

지원이나 기부가 줄어 빚을 내서 급식소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매일 수백명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인 등에게 무료급식을 해왔지만, 후원은 감소하는데 임차료·운영비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어 시설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무료급식소를 반대하는 주민을 '지역 이기주의자'로 몰아서는 안된다며 무료급식소 등의 시설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설임을 이해하도록 하고, 지자체 지원 외 시민들의 지원과 후원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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