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민주주의 회복햄!"

한파가 전국에 몰아친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도 흰눈이 내리는 가운데 매서운 바람이 불어 쌀쌀했다. 하지만 광장 곳곳에는 13번째 촛불집회에 참석한 다양한 모습의 시민들이 눈길을 끌었다.

21일 13차 촛불집회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피켓 퍼포먼스 중인 김종민씨 일행.
‘민주주의 회복햄세트, 조기퇴진세트’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집회 참가자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들은 ‘설 명절 선물세트’라는 피켓을 들고 서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 속 선물세트에는 ‘박근혜 프리미엄 조기퇴진세트’, ‘김기춘 구속햄’ 등의 문구가 상품명으로 적혀 있었다.

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준비한 김종민(31)씨는 “오늘 촛불집회에 나오기 전에 주변 동료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나온 아이디어”라며 “다음주 설날을 맞이해서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를 선물세트에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 복장을 하고 있는 박동규씨.
광장의 다른 곳에서는 한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 복장을 갖춘 집회 참석자가 시민들과 기념촬영 중이었다. 물류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박동규(37)씨는 “촛불집회는 자주 나왔지만 이런 복장을 하고 참석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며 “젊은 친구들이 현 시국에 대해 더 관심을 갖길 바라면서 그들이 좋아하는 복장을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총의 무게만 약 5㎏에 가깝다는 박씨는 “복장은 스스로 만든 것도 있고 구입한 것도 있다. 30만원 가량 들었다”며 “이 정도 수고야 별 것 아니다. 오늘도 더 있고 싶지만 저녁에 출근을 해야 해서 저녁 7시쯤에는 들어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능 5일 전인 3차 촛불집회부터 이날 13차 집회까지 참석한 박모(사진 오른쪽)군과 그를 돕기 위해 나온 친구 오모군.
촛불집회 초기부터 나와 이날까지 11번을 참석하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주신 모금액으로 종이컵과 초, 핫팩 등을 사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는 고등학생 박모(19)군도 광장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박군은 “수능 5일 전인 3차 촛불집회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며 “어머니 같은 분들이 고생한다고 먹을 것을 주시고 어깨를 두드려 주셨을 때 뿌듯함을 잊지 못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군은 “수능 전에 집회에 나갔다고 걱정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원하는 대학을 가게 됐다”며 “앞으로도 집회에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한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탄핵 13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주최측은 최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계기로 이날 촛불 행사를 ‘재벌총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종로 대한문 앞에서 친박·보수단체 모임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대회’(탄기국)가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다른 보수단체 모임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오후 2시 청계광장에서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경력 193개 중대(약 1만5500명)를 투입해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간 충돌을 예방하고, 집회 및 행진의 안전을 관리한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