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25 11:03:52
기사수정 2017-01-25 11:03:52
박한철 "탄핵심판 3월13일까지는 선고해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3월13일까지는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한 뒤 선고 일정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헌재소장은 25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 개시에 앞서 오는 31일 임기만료로 물러나는 소회를 피력했다. 그는 “탄핵심판 사건이 우리 헌법질서에서 갖는 중차대한 의미와 국가적 비상상황 등을 고려해 전 재판관이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불철주야 재판 준비와 심리 진행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 모두 잘 알다시피 소장인 제 임기는 6일 뒤인 31일 만료한다”며 “재판장인 저는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변론 절차”라고 덧붙였다.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하고 재판관 역시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며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와 헌재까지도 주요 인사가 ‘올스톱’된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 헌재소장은 “제 후임자 임명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국가적으로 매우 위중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소장이 없는 공석 상태로 불가피하게 계속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박 헌재소장 퇴임 후 임시로 소장 대행을 맡을 이정미 재판관 역시 3월13일 임기가 끝나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이 재판관의 후임자 역시 한동안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박 헌재소장은 “한 분의 재판관(이정미) 역시 한달 보름 뒤 임기 만료가 목전에 다가와 있다”며 “재판장의 공석 사태가 이미 기정사실되는 이런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심판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심판 정족수를 가까스로 충족하는 7명의 재판관이 심리해야 하는 사태에 심려를 금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헌재소장 또는 재판관 공석이라는 헌법적 비상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헌법 개정과 입법적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윤영철 헌재소장 퇴임 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 절차가 지연되다가 결국 전 후보자가 사퇴하며 처음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2013년 이강국 헌재소장의 퇴임 당시에도 후임자로 지명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낙마하며 한동안 헌재소장 자리가 비었다.
박 헌재소장은 “헌재의 결정은 9인 재판관의 논의를 거쳐 도출되는 것이어서 재판관 각자가 9분의1 이상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특히 재판관 1인이 추가로 공석이 될 경우 심판에 막대한 지장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헌재 구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진 전에 늦어도 3월13일까지는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는 등 지연 전술로 맞서고 있다. 탄핵이 조기에 인용되면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나고 결국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되는 상황을 염려해서다. 박 헌재소장은 “대통령과 국회 양측 대리인과 사건 관계자 및 관계기관에 신속한 심리 진행에의 적극 협조를 거듭 당부한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한편 이날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작심한 듯 김기춘(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2013년 김기춘 실장이 부임한 이후 계속해서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의 비판세력에게 불이익을 주라는 지시를 했다”며 “거기에 응하지 않은 문체부 간부들을 ‘찍어내기’ 식으로 인사 처리를 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