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투데이] 미 국방장관 방한… 한·미 군사외교 ‘시동’

매티스, 첫 일정으로 한·일 방문 / 동맹·사드 배치 당위성 재확인 / 방위비용 증액 요구 가능성도 / 일 언론 “아시아 중시 의도” 분석 / 미 국무 내정자 아직 인준 못 받아 / 외교 회담보다 먼저 열려 이례적
제임스 매티스(사진)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달 초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북핵 대응 방안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한·미 공조 문제를 논의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미 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양국 군사채널이 본격 가동되는 양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이르면 다음달 초 서울에서 한 장관과 매티스 장관 간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방한 계기에 일본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매체는 “매티스 장관이 취임 첫 외국 방문지를 한국과 일본으로 정한 데에는 아시아 중시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매티스 장관은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의 강경파로, 해병대 대장 출신이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측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평가와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고 있는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재부각하고, 올해 안에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부지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계획도 다시 확인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거론해 왔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NHK는 “매티스 장관이 한국·일본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장해 왔던 주일 미군의 주둔 경비 증액을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일본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첫 만남인 만큼 양측 간 이견이 노출되는 의제는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지속했다는 측면에서 매티스 장관도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거점화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티스 장관이 방한하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장관급 회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신정부 출범 후 양국 간에 외교장관 회담보다 국방장관 회담이 먼저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개는 신정부 출범 후 외교장관 회담 → 정상회담 → 국방장관 회담 순으로 이뤄졌다.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후 한·미 협의도 이런 순이었다. 박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한·미 정상회담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 후보자가 상원 인준을 아직 받지 못해 군사외교가 양국 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평가다. 이상훈 해병대사령관도 다음달 초 미국을 방문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 미군 수뇌부를 만날 예정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틸러슨 후보자의 상원 인준이 통과하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북핵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도 다음달 중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회동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통인 외교부 조현동 공공외교대사는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22∼25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인사 및 미국 내 싱크탱크 관계자를 만나 한·미 공조 문제를 협의했다.

김예진·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