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위 "기업은 피해자"… 이유는?

박영수 특검 수사와 엇박자 / 탄핵심판 추가 제출 서면에 ‘박 대통령 강요로 모금’ 적시 / 삼성 측 방어논리와 같아 주목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맡은 국회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을 피해자로 간주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전날 헌재에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유를 담은 변론 준비서면을 추가 제출했다. 소추위원단은 준비서면에서 삼성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이 권력자에게 강제로 재산을 뺏긴 피해자로 봤다. 박 대통령도 강제모금이라는 ‘권력적 사실행위를 행사한 자’로 표현했다. 권력적 사실행위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9차 변론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피청구인(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 등과 인사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 논리대로라면 최씨 모녀에게 거액을 지원한 삼성 측의 행위는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것이 된다. 이는 앞서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과 최순실씨 모녀에게 지원한 돈 433억원은 박 대통령이 받은 뇌물이라며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삼성 측의 방어논리와 같다. 삼성 측은 “최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지원 혐의는 박 대통령 측의 강한 압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며 “우리도 ‘강요·공갈’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추위원단의 입장이 특검과 다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검은 재단 출연금을 낸 기업 중 삼성 등 기업 현안 해결을 위해 돈을 댔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들의 경우 박 대통령의 뇌물죄 공범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소추위원단 관계자는 “강제모금은 권력적 사실행위로 헌법 위반이라는 법리와 박 대통령과 기업이 뇌물을 주고받은 사이라는 법리는 별개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권력적 사실행위를 했더라도 기업들이 대가를 바라고 재산을 출연했다면 뇌물죄도 함께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준비서면은 신속한 탄핵심판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탄핵심판 결론을 낼 기반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닫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기업들을 피해자로 규정한 것은 특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강도 높은 보강수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