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뜬금없는 '음모론'… 여야 "시간 끌기 참담"

인터넷 방송 인터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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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26일 박근혜(사진) 대통령의 인터넷방송 인터뷰 발언으로 술렁였다. 박 대통령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월초 탄핵심판 결론을 예고한 전날 인터넷방송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은 설 민심을 겨냥한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사건을 ‘오래전 기획된 느낌’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나,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힌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의 1인 인터넷방송을 지목해 인터뷰를 진행한 방식이 보수 지지층 결집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를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이 수사를 통해 규명한 내용들도 자신을 탄핵하기 위한 ‘거짓말, 허구, 오해’라는 말로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기금을 강제로 모금하고 청와대 연설·인사 자료가 최씨에 흘러간 사실, ‘비선 의료’에 의존했던 행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렇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실에 근거하면 그냥 깨질 일들이 자꾸 나온다는 거는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그런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정책과 기밀을 알았다는 것은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서울소방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줄 아는 그런 모습을 정말 국민들은 보고 싶어하는데 그렇게 거꾸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당시 헌재에 신속한 절차를 요청한 점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은 어떻게든지 탄핵 절차를 지연시켜보려고 바둥거리는 거 아니겠느냐.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마 우리 국민들 마음이 참담하지 않을까 싶다”고 비판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대표단들이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인은 아무런 죄도 없고 누군가에 의해서 기획됐으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음모집단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며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서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다. 형식도 희한하고 내용도 허황되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측도 대통령의 인식에 비판적 반응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탄핵 흐름을 주도한 ‘촛불민심’에 대해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광우병 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낀다”고 폄하하면서도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에 대해선 “촛불시위에 두배가 넘는 정도로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데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인터뷰 내용이 현재 민심과는 인식을 달리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 시점도 특검의 수사나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뒤늦게 해명한 것이라 모양새도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대표단들이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도 “정작 핵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근거를 언급하지 않고 장외 변론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검찰, 특검, 헌법재판소에서 변론기회가 충분했는데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는 매체와 일방적으로 인터뷰한 것은 보수 분란과 사회 분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