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26 19:00:30
기사수정 2017-01-26 19:00:29
경기 어렵고 시국은 뒤숭숭하지만… “고향길 설레요” / 설 연휴 앞두고 기차역·버스터미널 북적
“어제 간신히 무궁화호 입석 표를 끊어 천만다행입니다. 이런 큰 명절이 아니면 언제 또 가족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겠습니까.”
26일 오전 9시쯤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대전행 무궁화호 열차를 혼자 기다리던 직장인 조범규(58)씨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조씨의 말마따나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을 만나고, 정을 나누기에는 명절만 한 때가 없다. 사는 게 아무리 팍팍해도 명절만큼은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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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발걸음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한 가족이 열차를 타기 위해 걸어가면서 한복을 입은 아이를 들어 올리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설 연휴(26∼30일) 기간 전국에서 3115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정탁 기자 |
대체휴일(30일)을 포함해 나흘간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민족 대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민들은 지친 일상, 흉흉한 시국에 대한 우려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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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역귀성한 어르신이 마중 나온 아들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서울역, 고속버스터미널 등은 이른 시간부터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로 북적였다. 오전 9시 기준으로 서울역사에는 귀성 인파 600∼700명이 몰렸고, 패스트푸드 음식점이나 빵집에는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매장 밖에 둔 짐 꾸러미를 직원들이 지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모든 KTX와 무궁화호 열차표는 일찌감치 동이 났다. 비슷한 시간, 호남선을 운행하는 강남 센트럴시티터미널에도 버스표를 끊기 위해 수십명이 발권 창구 앞에 늘어선 모습이었다.
고향이 부산인 직장인 윤모(30·여)씨는 “가족과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며 “지난해 서울로 혼자 이사 와 살면서 가족들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설 연휴가 끝나는 30일까지 부산에서 지내다 올 예정이다.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경북 포항 출신 대학생 이정민(24)씨는 “타향에서 대학을 다니다 보니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항상 그립더라”며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 목록을 적었는데, 다 해 달라고 할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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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리는 한 아이가 케리어에 누워 있다. 남정탁 기자 |
껑충 뛴 물가에 차례상을 차리는 데 부담을 느끼는 주부들도 있었다. 충남 당진의 시가로 내려가는 차모(54·여)씨는 “시국이 뒤숭숭하지만 아무래도 명절이니 기쁘고 설렌다”며 “시장에 가서 보니 물가가 올라서 차례상을 소박하게 차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차량 11만대가 서울을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했고, 다음 날 0시까지 34만대가 추가로 귀성 행렬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교통수요조사에서 이번 설 연휴 기간 이동하는 인구는 전국적으로 지난해 설에 비해 4.5% 늘어난 3115만명으로 추산했다. 하루 평균 이동인원은 623만명이다. 설 당일인 28일에는 최대 796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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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역에서 경북 김천에서 역귀성한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들어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긴 휴가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6∼30일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87만5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7만5111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보다 10.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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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복을 입은 한 아이의 부모가 고향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서울 지하철은 28, 29일 귀경객들의 편의를 위해 막차 시간을 연장한다. 각각 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이틀간 지하철이 179차례 추가로 운행하고, 종착역 도착 기준으로 막차 시간을 오전 2시로 연장하는 설연휴 특별수송대책을 마련했다.
박진영·김지현·배민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