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청렴도가 ‘부패국가’ 향해 달려가고 있다니

청렴도 15단계 추락 사상 최악
국가경쟁력 끌어올리려면
부패 ‘독버섯’ 뿌리 뽑아야
한국이 또 참담한 부패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가 그제 발표한 ‘2016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절반 수준인 53점에 그쳤다. 순위는 세계 176개국 중 52위로 아프리카 르완다(50위)에도 뒤처졌다. 전년보다 15단계나 떨어졌다고 한다. 199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추락이자 가장 낮은 순위다. 우리나라는 50위를 기록했던 2003년을 제외하면 최근 20년간 30∼40위권을 유지했다.

우리의 청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에서도 하위권인 29위에 머물렀다. 한국보다 뒤처진 나라는 멕시코 등 6개국뿐이다. 이번 성적표는 2014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측정된 만큼 지금의 상황이 반영되는 내년에는 청렴도가 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의 청렴도가 부패국가를 향해 질주하게 된다는 뜻이다.

청렴도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부패가 만연하면 공정 경쟁이 사라지고 건실한 경제성장은 어려워진다. 부패인식지수가 10점 상승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5% 올라간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은 1인당 소득에서 세계 최상위권이다. 반면 북한(174위), 남수단(175위), 소말리아(176위) 등 가난한 독재국가들은 청렴도에서 모두 꼴찌권을 기록했다.

부패 스캔들로 국가 경쟁력이 추락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최순실 사태로 나라 안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대통령은 탄핵에 손발이 묶여 있고 공직자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주요 기업들도 새해 투자계획조차 세우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받고 있다. 권력의 부패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집어삼키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전면 시행한 것은 부패와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직도 금품을 주고받으며 부당한 청탁을 하는 후진 관행은 여전하다.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세포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철저히 도려내는 수밖에 없다. 이번 농단 사태는 부패의 독버섯을 뽑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부패 방지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고 손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