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30 19:09:45
기사수정 2017-01-30 19:27:48
“국보급 문화재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청와대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정보기술(IT)업체 대표 한모씨를 조사하던 중 이 같은 진술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글 창제원리를 한문으로 설명한 책 해례본의 진본은 현재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간송본’ 한 권뿐이라 한씨 말대로라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30일 특검팀에 따르면 한씨는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한테 대기업 납품을 부탁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최근 특검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씨가 부탁만 하기 미안했는지 나름의 ‘선물’을 준비한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한씨로부터 “훈민정음 해례본을 선물하겠다”는 제안을 들은 안 전 수석은 거부했으나 한씨는 무턱대고 택배로 책자를 보냈다. 하는 수 없이 안 전 수석은 부하직원을 시켜 책자를 받아 청와대에 그냥 뒀다고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한씨가 안 전 수석에게 건네려 했다는 해례본은 아직 청와대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씨가 역사 전문가도 아니고 해당 책자의 문화재적 가치는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한 권의 훈민정음 해례본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