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1-31 14:22:17
기사수정 2017-01-31 14:22:16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5대 헌재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소장은 이날 오전 11시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제 남은 분들에게 어려운 책무를 부득이 넘기고 떠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소장은 "동료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사건의 실체와 헌법·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 줄 것을 믿는다"고 남은 재판관들에게 당부했다.
박 소장은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영역에서 계층 사이의 이해관계 상충과 사회적 대립을 방치한다면국민의 불만과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조정하고 헌법질서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정치적 대의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헌재의 성격을 규정했다.
박 소장은 자신의 임기동안 대통령 탄핵심판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언급하며 "헌재 개소 이래로 헌재 권한을 모두 심판한 첫 재판부"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날 박 소장은 "우리 헌법질서에 극단적 대립을 초래하는 제도적·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지혜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헌법 개정 논의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국민 행복,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더욱 실질화되고, 법의 지배를 통해 시민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기본적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라는 말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의 편, 인권측면에서의 개헌을 강조했다.
박 소장의 퇴임에 따라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9명에서 8명으로 줄어들었다.
임명 순에서 가장 앞선 이정미 재판관도 오는 3월 13일 퇴임케 돼 탄핵심판이 3월 중순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7명의 재판관이 결정(재판관 6명 이상 찬성하면 탄핵)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날 퇴임식에는 김용준(79) 2대 소장과 윤영철(80) 3대 소장, 이강국(72) 4대 소장, 권오곤(64)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슈테판 잠재 아데나워재단 소장 등이 참석했다.
박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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