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운동선수들은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검사관이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소변을 받아야 한다. 최소 90㎖ 이상이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소변량은 보통 1∼2ℓ이며, 1회 소변량이 300㎖ 안팎이므로 횟수로 치면 하루 4∼6회 정도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A군처럼 샘플을 낼 때까지 자리를 떠날 수 없다. 밀폐된 측정실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데, 검사관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는 땀으로 말한다. 정당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적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금지된 약물을 복용해 경기력을 끌어올린 채 정정당당히 경기에 임하는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부정 수상을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되면 메달 박탈은 물론이고, 심하면 영구 제명과 함께 선수 생활을 끝낼 수도 있다. 이런 불명예와 더불어 금지약물 복용으로 망가진 몸만 남는 신세가 된다.
|
금지약물을 복용했다 도핑 테스트에 걸리면 메달 박탈은 물론이고 심하면 영구 제명으로 선수 생활을 끝낼 수도 있다. 사진 속 병은 소변시료 채취용으로 도핑 테스트에 쓰인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
지난 2일 세계일보와 만난 고려대 스포츠과학연구소 '포티움'의 엄성흠 연구원은 “검사 대상 약물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s)나 스테로이드(steroid) 계열이 주요한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권도 트레이너로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엄 연구원은 10년 넘게 탁구, 요트, 스키와 스케이트 선수단의 체력과 재활 트레이닝을 담당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도핑 검사관으로 투입됐다.
재밌는 건 종목에 따라 도핑 테스트에 저촉하는 약물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육상, 스피드 스케이팅과 같은기록 경기에서는 폐활량을 늘리는 기관 확장제나 근력을 끌어올리는 약물이 검사 대상이다. 사격이나 양궁처럼 순간 집중력이 필요한 종목에서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약물이 저촉된다.
도핑 테스트의 시료는 소변과 혈액으로 나뉜다. 대부분 종목은 소변시료 채취를 행한다. 그만큼 혈액시료 채취는 드문 편이다.
소변시료 채취는 도핑 검사관이나 도핑검사동반인이 선수 측과 접촉해 검사 대상임을 알리는 일로 시작한다. 이어 △ 통지서 서명 △ 도핑 관리실 도착 △ 시료 채취 △ 도핑 검사서 작성 및 서명 등의 절차를 거친다.
소변 내 특정 성분의 비중이 기준에 못 미치면 적정 비중의 시료가 채취될 때까지 대상자는 계속해 만들어 내야 한다. 화장실에 계속 가야 한다는 뜻이다. 소변 내 수분이 많을 때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
고려대 스포츠과학연구소 '포티움'의 엄성흠 연구원이 소변시료 채취 과정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약식 시범인 관계로 사과음료를 썼다. 김경호 기자 stillcut@ |
|
고려대 스포츠과학연구소 '포티움'의 엄성흠 연구원이 소변시료 채취 과정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약식 시범인 관계로 사과음료로 대신했다. 사진처럼 두 병에 나눠 담고 추가로 시료를 따르는 이유는 비중 측정을 위해서다. 김경호 기자 stillcut@ |
|
소변시료의 모습. 이를 채취하려면 먼저 도핑 검사관이나 도핑검사동반인이 선수 측과 접촉해 대상임을 알려야 한다. 이어 △ 통지서 서명 △ 도핑 관리실 도착 △ 시료 채취 △ 도핑 검사서 작성 및 서명 등의 절차를 거친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
<세계닷컴>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