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2-05 19:27:57
기사수정 2017-02-05 22:43:30
동탄 메타폴리스 부속 상가서 불… 4명 사망 47명 부상 / 소방서 경진대회 최우수상 업체 “직원들 허둥대느라 안내도 못해” / 놀이시설 내부 철거 인부 참변 / 목격자 일부 “폭발음 들어” 진술 / 가스 누출 상태서 사고 가능성 / 바뀐 작업규정 준수 흔적 없어 / 경찰, 현장 안전조치 위반 조사
51명의 사상자(4명 사망)를 낸 경기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는 용접 도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소절단기로 상가 내부 철거작업을 하다 불꽃이 가연성 소재에 튀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했지만 용접기 사용 중 화재는 매년 1000여건씩 발생해 ‘관리 소홀형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성동부경찰서는 5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당국과 합동감식 결과 화재현장에서 산소절단 장비와 가스용기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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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 합동 감식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가 5일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현장에서 최초 발화 지점과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지난 4일 발생한 화재가 점포 중앙부 철제구조물의 용접기 절단 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
여기에 화재 현장인 ‘뽀로로파크’에는 유명 캐릭터 뽀로로(펭귄)가 사는 극지방을 연출하고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가 많이 사용됐다. 따라서 경찰은 용접기를 이용한 산소절단 과정에서 불꽃이 스티로폼 등에 옮겨 붙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목격자 중 일부는 폭발음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용접에 쓰이는 가스가 누출된 상태에서 불꽃이 튀어 폭발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산소 용접기로 인한 화재는 한 해 1000여건에 이른다. 지난해 9월10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 주상복합건물 지하 공사장에서 6명이 사상한 화재도 부주의한 용접작업으로 불티가 우레탄폼 단열재로 튀면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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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휩싸인 상가 4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내 상가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
우레탄폼은 단열성능이 뛰어나고 접착성 등이 우수해 국내 공사현장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발화점이 낮은 데다 작은 불씨에도 불이 붙는다. 특히 화재시 기름증기·일산화탄소와 더불어 조금만 들이마셔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맹독성 가스인 사이안화수소(HCN)를 배출한다. 뽀로로파크에 사용된 스티로폼은 우레탄폼보다 발화점이 더 낮고 가연성 독가스도 우레탄폼과 비슷하다.
2008년 12월 발생한 서이천물류창고 화재도 용접작업 중 창고 내부 샌드위치패널에 튄 불꽃이 창고 전체로 번지면서 작업자 등 8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69명의 사상자(9명 사망)를 낸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의 경우 가스 배관 용접작업 중 작업자가 밸브를 밟아 새어나온 가스에 불꽃이 튄 뒤 천장 우레탄폼으로 불꽃이 옮겨 확산했다.
용접작업이 원인이 된 대형화재가 잇따르자 산업안전보건법이 바뀌었다. 기존법에는 ‘작업수행상 위험 발생 예상 장소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규정돼 있었다. 개정된 법은 용접 전 화기작업 허가서를 작성하고 용접이 끝날 때까지 화기 감시자의 배치를 의무화했다. 용접작업 시 바닥으로 튀는 불티를 받을 포, 제3종 분말소화기 2대, 물통, 모래를 담은 양동이(건조사)를 배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 감식에서 이런 규정이 지켜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도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메타폴리스 화재 상가의 철거공사 계약내용을 분석하고 당시 내용 등을 살피기로 했다. 작업 현장에서 법이 정한 안전조치 등이 지켜졌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메타폴리스가 사고 이틀 전 화성소방서가 주최한 화재 안전환경조성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업체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상 줄 정도로 잘 대응했다면 인명피해 컸겠나”, “관리업체 직원들이 허둥대느라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4일 오전 11시쯤 화성 동탄신도시 랜드마크인 메타폴리스 내 4층짜리 부속 상가건물 3층 뽀로로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불이 나 1시간10분여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철거업체 현장소장 이모(63)씨와 용접기술자 정모(50)씨, 맞은편 상가 두피관리실 손님 강모(45)씨와 직원 강모(27·여)씨 등 4명이 숨지고 47명 부상했다.
화성=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