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2-08 01:20:12
기사수정 2017-02-08 01:20:12
베를린영화제 가는 정관 스님 / 수행과 같은 음식 조리과정 외국인 제작진과 담은 다큐, 17일 월드 프리미어서 선봬 / “한국·자연·사찰·마음의 美 듬뿍”
“한국의 사찰음식을 다룬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에 출연한 덕분에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사찰음식과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사진) 스님은 “아마도 한국의 스님이 베를린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넷플릭스의 음식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즌3에 출연한 정관 스님은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컬리너리 시네마 섹션에 초청받아 오는 11일 출국한다. 백양사 천진암 주지인 정관 스님은 한국의 사찰음식 세계화에 앞장서 온 대표적 음식 수행자로 손꼽힌다.
정관 스님은 이번 다큐에 대해 “단순히 음식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며 “초파일 음식을 마련하기 전 도량을 청소하고, 연등을 만들어 달고, 새벽 예불을 올리고, 밭에서 딴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해 상에 내놓기까지 모든 과정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찰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수행의 일부가 아니라 수행의 전체로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정관 스님은 “외국인 제작진 총 12명이 천진암에 보름 동안 머물며 정말 온 정성을 다해 촬영했다”며 “사찰음식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스님의 호의에 감동한 다큐 팀의 음악 감독은 촬영 후반부 스님의 제자가 되겠다며 삭발식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는 이 다큐는 오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최종 편집본을 먼저 감상했다는 스님은 “한국의 미(美), 자연의 미, 사찰의 미, 마음의 미를 모두 함께 담은 작품”이라며 “너무 훌륭한 작품이 나와 흡족하다”고 전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